엔트로피아
김필산 지음 / 허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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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이 된 남자」가 선지자가 말하는 세 이야기에 한 부분을 차지한다. SF지만 천일야화가 생각나는 옛날이야기와 시간 여행을 다룬다면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게 일반적인데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설정도 좋았다. 좋아하는 영화 〔맨 프럼 어스〕가 생각나는 선지자의 존재까지 내 취향을 저격한 소설이다.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돼.

_P.13
”장군은 그리스의 헤로도토스를 아는가? 그에 따르면, 역사란 곧 과거의 사실이라지. 무사이의 영감에 의해 꾸며내지 않은, 실제로 일어났던 사실 말이야. 하지만 나는 한발 더 나아가서 이렇게 얘기한다네. 미래 또한 역사다.“
_P.76
”그렇습니다. 저는 태어난 날짜도, 부모님도 알지 못합니다. 제게 있어서 태어난 날은 고려에서 노인으로서 처음으로 세상을 기억한 순간이며, 제 실질적 어버이는 노인인 저를 보살피며 고려식 이름을 처음으로 불러준 고려인입니다. 제게 인생이란 노인에서 젊은이로, 젊은이에서 아이로 되돌아가는 생애입니다.“
_P.115
”하지만.... 그대의 말은 언제나 그랬소. 미래는 정해져 있다. 역사는 쓰인 그대로 흐른다.... 그렇다면 대체 그대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이오?“
_P.217
”그렇다네. 엔트로피아는 그것의 반대야. 늙어가는 육체와 스러져 가는 제국의 혼란. 깨진 서판과 재가 된 책에 잠재된 무의미함. 그것들을 측정하는 양이지.“
_P.241
미래란 결정되어 있고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밝혀진지 오래다. 그럼 자유의지란 허상인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유의지는 존재한다. 과거에 난 내 자유의지에 따라 어떤 선택을 했고, 현재가 바로 그 선택에 의해 형성된 미래이다.
_P.294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조부진은 재빨리 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점령한다. 그는 이후로 헌법까지 개정해 30여 년간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남게 된다. 취임식 날 그는 연설했다. 미래가 없다면, 미래를 앞서 차지하자. 그는 100년 후 미래, 즉 2189년의 대한민국을 침공하기로 결정한다.
_P.327
모든 미래가 결정론적으로 정해져 있고 변화하는 건 없다고? 그건 비겁한 결과론적 해석일 뿐이다. 비록 역사가 바뀌지 않더라도 난 순간순간 미래를 직접 직조해 나가고 있다.

✦ 허블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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