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에 비해 처벌이 약했어요. 형량도 가볍고요. 때론 불기소니 불구속이니 하며 죗값을 치르지조차 않았어요. 그랬을 때 누군가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 아니면 피해자가 직접 그 부분을 채워 넣는 것. 그게 잘못인가요?”(P.88) 사적 제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법적 제재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납득시킬 수 있다면 사적 제재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법은 믿음직하지 않은 적이 더 많았다. 아동학대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 가족이기에 더 낮은 처벌을 받거나 피해 아동이 가해자에게 돌봄을 받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작가인 유희진은 아동학대의 피해자로 관련된 취재에 몰입하게 되면서 사건에 연루된다. 유희진은 사적 제재를 지지하지 않지만 아동학대 피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나 또한 그렇다._P.12승빈이는 결국 병원 침대에서 눈을 감았다. ‘제가 잘못했어요. 맞을 만했어요. 엄마 아빠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마지막까지 부모를 두둔하며._P.78나쁜 사건이 일어나면 그 일은 한 권의 이야기가 된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상황에 몰입하고 전후 사정을 살피며 인물에 이입한다. 행동을 판단하고 옳고 그름에 대해 논쟁한다. 각각의 잣대로 심판하고 판단하며 이야기와 인물을 기호와 식성에 맞게 한 입씩 뜯어먹는다. 시간은 흐르고 아무리 긴 이야기도 결국 끝나는 법. 사람들은 탁, 소리 나게 책을 덮고 책꽂이에 책을 꽂는다. 그러고 다른 책을 집어 든다. 하지만 사건이 끝나도 인물의 삶은 이어 진다. 나쁜 사람은 갑자기 착해지지 않고 슬픈 마음은 이유 없이 좋아지지 않는다. 좋은 것은 나빠지고 나쁜 것은 더 나빠진다. 덮어버린 책 속에, 책꽂이에 비석처럼 나란히 선 각각의 이야기 속에, 우는 아이가 있다. 슬픈 아이가 있다. 자기 자신을 미워하다가 마침내 스스로를 부정하는 아이가 있다._P.291“사형에 적합한 자들은 심판했습니다. 쉽진 않았죠. 그런 이들이 워낙 많아서.”✦ 안온북스에서 책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