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을 읽을 때도 생각했지만 자신의 죄에 무게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범죄자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사형 집행이 멈춘 지 오래고 현재 사형수들의 악행으로 교도관들은 고통받고 있다. 나는 호계동 안양교도소가 있는 곳에서 자랐는데 범죄자를 가두는 곳이었기에 내가 그들을 대면할 일은 없었지만 이후 근무했던 한림대학교성심병원에서 안양교도소에 복역 중인 수감자들이 입원할 때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입원 기간을 늘리기 위해 체온계를 먹기도 했고 원인 미상의 복통 그러니까 꾀병인 경우도 있었다. 저자는 사형 집행을 반대하는 입장으로 이 소설을 쓴 거 같은데 나는 교화라는 건 이상적인 말일뿐이라 생각하며 사형 집행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_P.84”개전의 정이란 걸 정말 남이 판단할 수 있을까요? 죄를 범한 인간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를 겉으로 봐서 알 수 있는 겁니까?“_P.169”저는 사형수의 원죄를 밝히는 일을 맡았어요. 한 인간의 목숨을 구하는 일을요. 그런데 만약 진범을 찾아내면 결국 다른 인간을 사형대로 보낸다는 거 아닙니까?“_P.195모두 인간이 한 짓이다. 유아 둘에게 저지른 잔학한 범행도, 이를 범한 자에 대한 처형도. 죄와 벌은 모든 인간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인간이 한 짓에 대해서는 인간 스스로가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황금가지에서 책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