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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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노부부가 연쇄살인범은 아닐 거라는 보편적인 생각을 깨부순다. 노쇠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더 치밀하게 범죄를 저질러서 피해자 수는 많고 발각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으리라.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이런 커플을 소울메이트라고 하더라. 단순한 수사물이라기엔 팬데믹 시기의 미국의 상황과 엄마와 딸의 관계 그리고 주인공 홀리의 주변 인물까지 다양한 군상을 다룬다. 제롬이 피트 스타인먼의 엄마에게 그의 죽음을 알리는 장면에서는 울컥했고 어쩌면 홀리를 또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분 좋은 예감도 들었다.

_P.127
그들은 텔레비전을 보며 산딸기 셔벗에 피터 스타인먼의 뇌를 섞은 디저트를 떠먹는다.
_P.312
그녀가 아는 세 실종자가 서로 연관이 있을 듯한 예감이 들지만 비슷한 부분이 몇 군데 있을 뿐 증거가 전혀 없다. 그녀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이제 세상이 동아줄을 던져 주어야 한다.
_P.344
레드뱅크로의 살인마는 제물을 아무 기준 없이 선택하지 않는 것 같다. 그자는 엘런에게 가족이 없다는 걸 알았다. 캐리도 그렇다는 걸 알았다. 피트 스타인먼의 어머니에게 알코올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았을지 모른다. 보니가 얼마 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아버지는 그림 안에 없으며 어머니하고는 불편한 관계라는 것도. 그러니까 정보를 파악한 뒤에 타깃을 선택했다.
_P.410
그는 그녀의 아랫입술에 묻은 조그만 핏방울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7월 4일에 그 입술을 무표백 밀가루에 굴려서 조그만 프라이팬에 넣고 어쩌면 버섯과 양파와 함께 튀길 것이다. 입술에는 콜라겐이 듬뿍 들어 있어서 그의 무릎과 팔꿈치, 심지어 삐걱거리는 턱까지 기적적인 효과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에는 이 골머리 썩이던 아이가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녀의 젊음을 기증할 것이다.
_P.501
“그자가 그 사람들을 먹나요? 그래서 납치한 거예요?”
그들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서로 흘끗 쳐다본다. 연극이 아니라 진짜다. 이내 에밀리가 놀라울 정도로 어리게 들리는 웃음을 터뜨린다. 잠시 후에 로드니도 가세한다. 그들은 이렇게 웃으며 수십 년을 해로한 커플만의 특권인 텔레파시를 주고받는다. 로드니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얘기해, 뭐 어때) 에밀리가 홀리를 돌아본다.
“그자는 없어, 아가씨. 우리뿐이야. 우리가 그 사람들을 먹지.”

✦ 황금가지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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