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놀』의 잊힌 바이브레이터처럼 곤충들이 레즈비언 커플을 관찰한다. 생식이 자연의 법칙인데 이들은 그럴 수 없음에도 같이 살아간다. 왜일까? 죽고 싶은 호랑과 조증과 울증을 반복하는 버들의 삶은 불안이 함께한다. 그래도 여전히 함께다. 세상이 무너진다 해도. 김멜라 작가가 보여주는 사랑이 나는 너무 좋다. _P.11우리는 인간을 ’두발이엄지‘로 분류한다. 우리를 잡으려고 발달한 엄지가 인간 신체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다. 낮의 탐욕과 밤의 악몽을 찍어대는 뇌의 전두엽이나 내골격 구조의 굼뜬 이족 보행은 이 행성의 주인인 우리가 보기에 퍽 안타까운 진화적 오류다. 대체 인간은 그 두 발로 걷기 위해 평생 몇 번이나 나자빠진단 말인가?_P.115인간에게 감정이란 무엇인가. 암수딴몸인 그들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개발해낸 짝짓기 전략 아니었던가. 벌과 꽃등에가 식물의 꽃가루를 암술 머리에 묻혀주듯 인간은 서로가 주고받은 상처와 아픔으로 이어져 관계의 쇠사슬을 끌며 살아간다. 그런데 비생식 암컷 엄지는 무엇을 위하여 함께하는가. 번식을 향한 유전자 메커니즘이 아닌 그 무엇이, 그들의 관계를 추동하고 지탱하는가._P.149그래, 이제 나도 괜찮아. 죽음이든 삶이든. 그러니 나에게 무너져 내려._P.165가을밤, 노란허리잠자리 한 마리가 알을 낳았다. 반짝이는 빛 위에 정지 비행을 한 채 알로 부풀어 오른 꼬리를 탁탁 내리치며 산란했다. 모든 게 헛수고로 돌아간 것이다. 그 아스팔트는 연못이 아니었다. 검은 길을 비추는 가로등 빛을 수면에 비친 달빛으로 착각해 바보처럼 군 것이다.사랑에 관해 필자가 말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현대문학에서 책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