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 전면 개역판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드라마에 언급되던 소설이라 고래에 대한 이야기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힘들었지만 완독해서 약간 뿌듯한 상태다. 에이해브의 모비 딕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집착처럼 작가 허먼 멜빌도 이 책을 그렇게 집필했을 거 같다. 고래에 대한 사전에 가까운 지식과 신화적인 이야기, 포경의 과정과 기름을 얻는 방법까지 너무나 세세한 설명에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소설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지만 나는 리더쉽에 더 끌렸다. 리더가 이렇게 중요하구나.(이러다 다 죽어!)

_P.251
“(...)내게는 그 흰 고래가 바로 내 코앞까지 닥쳐온 벽이다. 때로는 그 너머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건가. 그놈은 나를 제멋대로 휘두르며 괴롭히고 있다. 나는 놈에게서 잔인무도한 힘을 보고, 그 힘을 더욱 북돋우는 헤아릴 수 없는 악의를 본다. 내가 증오하는 건 바로 그 헤아릴 수 없는 존재야. 흰 고래가 앞잡이든 주역이든, 나는 그 증오를 녀석에게 터뜨릴 것이다. 천벌이니 뭐니 하는 말은 하지 마라. 나를 모욕한다면 나는 태양이라도 공격하겠다. 태양이 나를 모욕할 수 있다면 나도 태양을 모욕할 수 있을 테니까.(...)“
_P.282
여기, 신도 두려워하지 않는 반백의 노인, 증오심에 가득 차서 욥의 고래를 찾아 세상을 돌아다니는 노인이 있었고, 그의 선원들은 주로 더러운 배신자나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 그리고 식인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게다가 스타벅은 미덕과 상식을 가졌으나 동조자가 없어서 별 영향력이 없었고, 스터브는 태평한 성품이어서 매사에 무관심했으며, 플래스크는 모든 면에서 평범한 위인이어서, 이들 중에는 정신적인 지주가 될 만한 인물이 없었다. 그런 항해사들의 지휘를 받는 선원들은 처음부터 에이해브의 편집광적 복수를 돕게 하려는 목적에서 어떤 악마적 운명에 의해 특별히 차출된 일당인 것 같았다.
_P.449
다만 대부분의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샴쌍둥이처럼 결합되어 있을 뿐이다. 당신의 돈을 관리해주는 은행이 파산하면 당신은 권총으로 자살한다. 당신의 약제사가 실수로 당신 알약에 독약을 넣으면 당신은 죽는다. 물론 극도로 조심하면 인생에서 이런 숱한 불운을 피할 수 있다고 당신은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퀴퀘그와 연결된 원숭이 밧줄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었지만, 때로는 퀴퀘그가 밧줄을 홱 잡아당기는 바람에 하마터면 미끄러져 바다에 떨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내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는 것은 밧줄의 한쪽 끝뿐이라는 사실이다.
_P.519
내가 아무리 고래를 분석해 보아도 피상적인 것밖에는 알 수 없다. 나는 고래를 모른다. 앞으로도 영원히 모를 것이다. 고래의 꼬리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머리를 알 수 있겠는가? 게다가 고래는 얼굴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고래의 얼굴을 알겠는가? 고래는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너는 내 등짝인 꼬리는 보았겠지만 내 얼굴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그런데 나는 고래의 뒷부분인 꼬리조차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니, 그가 제 얼굴에 대해 어떤 암시를 주더라도 나는 다시 말할 수밖에 없다. 고래에겐 얼굴이 없다고.
_P.638
”선장님은 저를 모욕한 게 아니라 화나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저를 경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선장님은 웃을지 모르지만, 에이해브는 에이해브를 경계해야 합니다. 영감님, 자신을 조심하세요.“
_P.744
”선장님, 절대로, 절대로 그놈을 잡지 못할 겁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 일을 그만둡시다. 이건 악마의 광기보다 더 나쁩니다. 이틀 동안 추적했고, 보트가 두 번 박살났고, 선장님의 다리도 또다시 부러졌잖습니까. 선장님의 사악한 그림자는 사라졌습니다. 착한 천사들이 몰려들어 경고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뭐가 필요합니까? 그 흉악한 고래가 우리를 몽땅 물속에 처박을 때까지 그놈을 계속 추적할 겁니까? 그놈한테 바다 밑바닥까지 끌려갈 겁니까? 지옥에까지 끌려갈 겁니까? 오, 더 이상 그놈을 추적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며 불경스러운 짓입니다!“

✦ 작가정신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