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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츄 -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고양이 그림책 ㅣ 암실문고
발튀스.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윤석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4월
평점 :
_P.110
열 살 무렵, 발튀스는 니옹 성에서 벌벌 떨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한다. 발걸음을 떼지 못했던 그는 고양이를 키워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제네바의 집으로 돌아온다. 이 고양이는 미츄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발튀스와 미츄는 늘 함께였다. 산책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놀이에 지쳐 잠들 때에도. 그러던 어느 크리스마스 밤, 미츄는 홀연히 사라진다.
이현아, 『영원한 상실의 장소』
그런데 상실이 아무리 잔인한 것이라 해도, 상실은 소유에 대항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상실은 소유의 끝입니다. 상실은 소유를 확인해 줍니다. 결국 상실이란 두 번째 소유일 뿐이며, 그 두 번째 소유는 아주 내적인 것이며, 첫 번째와는 다른 식으로 강렬합니다.(P.20)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서문처럼 발튀스는 상실을 경험한다. 어린 시절 그의 드로잉에서는 거칠어도 따뜻함이 느껴지는데 이 책에 수록된 그의 작품은 정교하지만 차갑게 느껴졌다. 그 사이 그 자신도 작화도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이제 걷는 시간보다 차를 타야 하는 시간이 더 많은 나의 노견과 산책하면서 공원에서 읽은 책인데 발튀스의 상실을 일부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미츄와 함께한 시간보다 미츄를 그리워한 시간이 더 길었으리라.
✦ 을유문화사에서 책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