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안한 죽음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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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죽음을 매일 보는 현장에 있었고 환자에게 병명을 비밀로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갈색 차광 봉투를 씌운 항암제를 맞는 환자에게 ‘항암제입니다’ 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그게 항암제인지 몰랐을까. 나는 모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인간이 순응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제목과 다르게 아주 편안한 죽음이란 죽음을 앞둔 사람과 그걸 지켜보는 사람 모두에게 존재할 수 없을지도.

_P.22
”보다시피 매가리가 풀린 게야. 너무 피곤하고 진이 다 빠져 버렸어. 내가 늙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단다. 하지만 내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이 지나면 일흔여덟이야. 완전히 늙어 버린 셈이지. 그러니 준비를 해야겠구나. 인생의 책장을 한 장 넘기려고 해.“
_P.26
언제나 엄마를 살아 있는 존재로 여겨 왔던 나는 언젠가, 그것도 얼마 안 가서 곧 엄마가 죽는 걸 보게 되리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었다. 내게 있어서 엄마의 죽음은 탄생과 마찬가지로 신화적인 시간의 차원에 속한 것이었다.
_P.122
잠이 든 엄마의 숨결이 얼마나 가늘던지 나는 ’이대로 조용히 숨이 멈출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목에 건 검은색 가는 끈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기란 그렇게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_P.135
의사들이 엄마의 의식을 회복시키고 수술하도록 허락한 걸 후회해야 할까 아니면 후회하지 말아야 할까? 단 하루도 버리지 않길 원했던 엄마는 수술을 받은 덕분에 30일을 벌었다.
_P.153
모든 인간은 죽는다. 하지만 각자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사고다. 심지어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을유문화사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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