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다정스러운 무관심
페터 슈탐 지음, 임호일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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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크리스토프는 16년 전 젊은 자신의 도플갱어를 만난다. 그때의 연인이었던 막달레나의 도플갱어에 이 상황을 설명한다. 그 시절 그들의 이야기와 도플갱어의 이야기는 같은 듯 하지만 오차가 있다. 도플갱어가 나일까. 내가 그의 삶에 개입한다면 나에게 변화가 생길까. 미래가 확정되어 있다면 어떤 선택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책이 아니다. 고정되어 있지 않기에 나의 작은 선택에도 변할 것이다. 어느 날 내 도플갱어를 만난다면 다정스러운 무관심으로 지나치기로 하자.

_P.96
선생님은 우리의 삶에 개입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으신가요? 레나가 말했다. 선생님이 범한 오류를 수정하고, 우리의 인생을 다른 방향으로 인도하고 싶은 유혹 말이에요. 아니면 단지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시험해보고 싶은 호기심이랄까요. 겁이 나오. 내가 말했다. 뭐가 튀어나올지 누가 알겠소?
_P.139
전 미래가 저에게 뭘 가져다줄는지 전혀 알고 싶지 않지만 미래가 확정되어 있다는 상상은 좋아해요. 저에게 일어나는 일이 이미 한 번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라는 상상, 다시 말해 연관과 의미를 지녔다는 상상 말이에요. 마치 제 인생이 하나의 이야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책에서 항상 좋아했던 대목이 바로 그런 거예요. 책은 확고부동해요.

✦ 문학과지성사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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