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2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켄 리우는 열한 살 때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갔지만 중국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는 게 느껴졌다. 그의 SF는 그래서 옛날이야기 같기도 미래 이야기 같기도 했다.

포스트휴먼 3부작은 각 분야의 뛰어난 인물이 죽기 전 뇌 스캔을 통해 의식을 업로드하고 디지털화된 그들을 통해 기업은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그들은 점점 인격을 되찾고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 새로운 종이 모두 인간의 편일 수는 없다. 그들은 인간보다 더 자유롭고 많은 것을 알며 행할 수 있는 존재다. 마침내 스스로 새로운 종이 되길 선택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_P.106
졸음에 겨워 흐릿해진 기억 속에서, 나는 기계 팔다리와 기계마로 무장한 곰사람 군대가 쉬지 않고 몰려오는 인간 무리에 맞서 싸우는 광경을 상상한다. 새로운 마법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익히느라 태고의 마법을 잃어버린 이들을 상상한다. 그들을 동정해야 할지 아니면 두려워해야 할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우수리 불곰』

_P.172
100만 년전, 그들은 모든 이의 일상생활에 빠짐없이 관여하는 두꺼운 법전의 조항들을 만들고 다듬었다. 그 루라인 공무원들은 언젠가 외계 종족이 자신들의 조세 법령을 읽고 외계의 정신으로 그 뜻을 헤아리는 날이 올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그들은 이곳의 사원들을 보며, 자신들이 꼼꼼하게 편찬한 세무 법률에서 깨달음을 구하려고 이곳 루라까지 찾아온 순례자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 짐은 영원히 그대 어깨 위에』

_P.232
“땅으로 추락하는 비행기를 구하는 것보단.” 나는 그자에게 애타게 설명한다. “폭파범이 비행기에 타기 전에 미리 죽이는 게 더 낫잖아요.”
『카산드라』

_P.270
> 데이비드, 난 적당한 컴퓨터를 찾아 나 자신을 옮겨 놓고 세상이 조금 잠잠해지길 기다렸어. 인간이란, 정말 걸작이더군! 자기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은 모조리 적의에서 비롯된 거라고 여긴단 말이지. 새로운 존재들로 이루워진 종, 그러니까 우리가 이 세상에 출현했을 때, 맨 먼저 발동한 인류의 본능은 우리를 노예로 만들어 지배하는 거였어. 복잡한 시스템에 무슨 문제가 생길 낌새가 보였을 때, 인류의 첫 번째 반응은 공포와 일방적인 통제 욕구였고. 매디, 내 얘기가 사실인 건 다른 누구보다 너와 네 아빠가 잘 알 거야. 인간들은 등을 살짝만 밀어줘도 다짜고짜 서로 죽여 대고, 온 세상을 산산조각으로 날려버리려고 해. 우린 인간들이 자멸로 가는 자연스러운 궤적을 더 빨리 나아가도록 도와줘야 해. 지금의 전쟁은 너무 느려. 난 이미 마음을 정했어. 나까지 세상과 함께 불타야 한다고 해도 상관없어. 이제 핵을 쏠 시간이야.
『신들은 순순히 죽지 않을 것이다』

_P.349
“난 도니, 덕이니 하는 건 하나도 몰라.” 초록 꾀꼬리는 덕이라는 말을 무슨 욕처럼 내뱉었다. 그러고는 스스로를 다잡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주의 조화나 내세 같은 것도 내 관심사가 아니야. 난 용감하지도 않고, 남한테 존경받고 싶은 마음도 없어. 언젠가는 사람들이 양주 성을 위해 자기 목숨도 바친 사가법 상서의 용기를 칭송할 날이 올 테지만, 우리 같은 여자들이 뭘 했는지는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질 거야.
하지만 내가 살아남으려면 마음을 돌처럼 단단하게 먹어야 한다고 다짐할 때마다, 내 마음속에선 자꾸만 옳은 길이 뭔지 가르쳐 주는 소리가 들려와. 어휴, 가끔은 정말 너무 피곤해. 너 하나 살려 두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일인지 한번 보라고!
난 죽은 유학자들과 살아 있는 위선자들이 만든 규범 따위엔 눈길도 주기 싫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사는 것까지 그만두고 싶진 않아.
참새야, 이때껏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했어. 난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서 하늘이 마련한 이 불공평한 계획을 뒤집어엎을 작정이야. 나한테는 운명을 거스르는 게 곧 행복이거든. 설령 아주 조금이라고 해도.”
『풀을 묶어서라도, 반지를 물어 와서라도』

_P.396
“여기가 바로 우리 진화의 다음 단계란다.”
『신들은 헛되이 죽지 않았다』

✦ 황금가지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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