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가장 뜨거운 소설,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었다.
아버지는 빨치산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죽었다. 연좌제로 아버지로 인해 피해를 본 가족부터 도움을 받았던 사람, 이념은 다르지만 가장 친한 친구 그리고 동지들. 여러 사람이 아버지의 장례식에 온다.
비극적인 삶을 살았을 거라 생각되는 이 가족을 가까이서 바라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아리가 가진 아버지와의 추억, 원망을 비롯한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작가님의 이야기가 투영된 것이 보여지는 소설이라 나에게 큰 감동을 주진 않았지만 청소년이나 소설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68
고통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잘 참는 사람은 싸우지 않고 그저 견딘다. 견디지 못하는 자들이 들고일어나 누군가는 쌈꾼이 되고 누군가는 혁명가가 된다. 아버지는 잘못 참는 사람이다. 해방된 조국에서 찬일파가 득세하는 것도 참지 못했고,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하라는 봉건잔재도 참지 못했으며, 가진 자들의 횡포도 참지 못했다. 근데 얼어 죽을 것 같은 고통은, 굶어 죽을 뻔한 고통은,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은 동료들이 바로 곁에서 죽어가는 고통은 어떻게 견뎠을까? 신념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내려와봤자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뿐이라는 지극히 절망적인 현실 인식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P.252
아버지는 백운산에 가장 오래 있긴 했지만 이산 저산 떠돌며 48년 겨울부터 52년 봄까지 빨치산으로 살았다. 아버지의 평생을 지배했지만 아버지가 빨치산이었던 건 고작 사년뿐이었다. 고작 사년이 아버지의 평생을 옭죈 건 아버지의 신념이 대단해서라기보다 남한이 사회주의를 금기하고 한번 사회주의자였던 사람은 다시는 세상으로 복귀할 수 없도록 막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고작 사년의 세월에 박제된 채 살았던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