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낯선 세계에서 허용된 시간 만큼만 머물 수 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마르코 폴로처럼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여행하는 것에 가깝다. 우선은 그들이 '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처음 방문하는 그 낯선 세계에서 나는 허용된 시간 만큼만 머물 수 있다. 그들이 '때가 되었다'고 말하면 나는 떠나야 한다. 더 머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또 다시 낯선 인물들로 가득한 세계를 찾아 방랑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p.62~63, <상처를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여행은 떠날 때부터 장소와 기간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거주와는 다른 개념이다. 물론 형편이 허락한다면 장소가 추가 되거나 줄어들거나 바뀔 수도 있다. 기간 또한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출발점으로 언젠가는 돌아오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 기간 동안은 화려한 도시 또는 작은 동네를 구석구석 누비고 다니며 즐길 수 있지만, 언젠가는 떠나온 장소로 돌아와야 한다. 즉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이고, 익숙하지 않은 낯선 곳에서 허용된 시간 만큼 살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이 첫사랑만큼 애틋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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