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
이옥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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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흥미로운 청소년 소설이 자주 출간되는 특별한 서재에서 따끈따끈한 신간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가 출간했다.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은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이자 청소년의 영원한 멘토, 이옥수의 작품이다.

마음속에 꺼내지 않고 담아두었던 말과 관계,

그리고 소통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삶을 버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를 소개해 본다.

언제까지 호적 메이트로만 살 거야?

말을 해! 이제는 마음이 말할 때야!

재래시장 입구에 위치한 한송이꽃집.

결혼 이후에 경력단절이었던 엄마는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을 딴 후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옆으로 나란히 붙어있는 김광석 헤어.

원장 광석이의 이름을 그대로 부를 정도로 친분의 광석 아저씨의 아들 준석과는 친구 사이이다.

우연히 보게 된 엄마의 카톡에서 연애의 냄새를 맡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이혼을 한 엄마에게 몇 명의 남자들이 거쳐갔고 한동안은 잠잠했었다. 하지만 다시 엄마의 연애가 시작된 것이다.

엄마에게 들이대며 질척거리는 북극곰이라는 아이디의 남자. 어장관리를 하는 듯한 엄마의 태도.

엄마가 연애하는 것에 불만이던 송이는 꿈에서까지 북극곰이 나올 정도로 신경이 너무 쓰인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아빠에게 고민을 털어놓아봤지만 공감 제로인 아빠의 말은 전혀 도움도 되질 않고 송이는 엄마가 그동안 만나왔던 여러 남자들을 떠올리며 북극곰과의 썸이 오래가지 않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엄마의 알콩달콩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달갑지 않은 엄마의 연애에 송이는 점점 예민해져만 가는데...

도대체 북극곰의 정체는 누구일까?

버스에 올라 차장 밖을 내다보니 마른 잎을 매단 가로수들이 하릴없이 서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저 사람들도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겠지? 만약 사람들의 기쁨, 슬픔, 분노 같은 모든 감정들을 한꺼번에 믹서기에 넣고 돌린다면 어떻게 될까?

자 텅 빈 하늘처럼 처연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나올까. 아무런 고민 없이 그냥, 그렇게 살아가도 될까.

p.27

너무 애쓰지 마시라, 이런다고 이미 흩어버린 신뢰가 다시 싹틀 일은 없을 테니까.

송이는 떠나려는 버스를 향해 뛰었다. 아빠가 손을 흔들며 어정쩡하게 따라왔다. 괜히 눈물이 핑 돌고 속이 울컥울컥 올라왔다.

고개를 한껏 젖히고 눈물을 말렸다. 물기가 배어나오지 못하게 눈뿌리에 힘을 주었다.

길가에 붉은 잎을 떨구며 서 있는 나무에 시선을 멈췄다.

큰 키에 비해 나뭇가지가 빈약하고 앙상하다, 지금 송이의 마음처럼. 딸 앞에서 쩔쩔매며 눈치를 봐야 하는 아빠, 그 아빠가 야속하고 원망스런 송이.

언제쯤이면 이 앙상하고 빈약한 관계가 다시 풍성하게 피어날까? 쓸쓸한 송이 가슴으로 바람 한 줄기가 휘익 지나갔다.

p.34

하늘이 조각조각, 비대칭으로 빌딩들 사이에 걸려 있다. 할 수 있다면 저 빌딩들을 걷어내고 하늘을 하늘답게 돌려주고 싶었다.

크고 넓은, 하늘다운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진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P.72

두 번 다시 엄마의 남자 때문에 울진 않을 거다. 한동안 힘들게 싸워야 하고, 서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막을 때까진 막아야 한다.

이것이 지금, 송이의 절박한 마음이었다.

P.90

"할머니는 우리 송이도 자기 삶을 씩씩하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어. 송이야, 너도 언젠가는 엄마한테서 독립할 때가 올 거야. 그때를 대비해서 엄마한테서 조금씩 분리하는 연습을 해야 돼.

부모 자식이라도 너무 엉켜 있으면 안 좋아. 쾌적한 거리감을 두고 제 몫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것, 그게 서로를 위하는 거야."(...)

"할머니, 난 아직 중학생이고 미성년자야. 엄마가 필요하단 말이야."

"당장은 못 하지만 마음의 준비는 미리 해야 된다는 거지. 그리고송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듯, 엄마도 필요한 사람이 있는 거야."

P.93~94

책 속에서.

엄마를 죽여야 해.

마음속에서 엄마라는 존재를 죽인 후

한 인간으로 다시 봐야 한다는 거야.

누군가에게 엄마를 빼앗기고 싶지 않아 엄마의 연애를 반대하는 소녀와,

딸이 아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엄마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는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인 가족임에도 오해와 다툼으로 상처를 주지만 주변 인물들을 통해 서로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정 표현이 서툴고 가족과의 소통에 도움을 주고 싶어 선택해 본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를 추천해 봅니다.




※ 본 포스팅은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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