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건축주는 호구다
장석권 지음 / 좋은땅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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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원하지 않은 사람 손!


이 질문에 손을 든 사람이라면... 글쎄. 이 책이 재미없을 것이다. 나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내 집을 원하기도 하고, 이왕이면 짓고 싶은 마음도 굴뚝이다. 그리고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이유는 친정 아부지가 목수시다. 우리 옆 동네로 이사 오시면서 집을 직접 지으셨다. 



다시 말해 장석권 작가님이 고생고생하셨던 과정을 직접!! 손수!! 셀프로!! 완성하셨다는... 아마 작가님은 또는 집을 지어보신 분이라면 아실 것이다.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고개를 절레절레.



또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집 짓는 목수 아부지 옆에서 잔심부름을 한 나의 수고다. 땅 계약할 때 업자들이 딴소리할까 봐 핸드폰으로 녹음하느라 손을 덜덜 떨었던 것, 토지 형질 변경하느라 사방으로 뛰어다녔던 것, 각종 전문 용어들을 소나기처럼 쏟아내시며 그거 찾아오라는 심부름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곤란했던 것...




평생 목수 일을 하시면서 아부지는 [내 집 짓는] 꿈을 이루셨고, 나는 [내 집 짓는 목수의 딸]을 체험했다. 집을 막 지었을 때는 '내가 나중에 살 집은 업자가 지은 집이야. 절대 짓지 않을 거야!'라고 했었다. 그만큼 힘들었었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친정을 드나들다 보니 너무 좋다. 그래서 나도 집을 짓고 싶다. 




장석권 작가의 말처럼 착한 건축주는 호구 맞다. 진정한 호구다. 외지에서 베이비들 데리고 땅 사겠다고 온 사람들이 호구가 아니면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이 책을 들고 있는 내내 피식 피식 웃었다. 마치 앞에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다. 



건축주의 입장에서 예비 건축주들에게 소소하게 그리고 상세하게 알려주는 팁은 정말 최고였다. 그리고 많지 않은 나이에 집을 짓고 사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텐데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절대 집을 짓지 않겠다던 내 결심이 흔들린 책이다. 사춘기 아이들 때문에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드라이브할 때가 있다. 이왕이면 땅도 볼 겸 교외로 나가야겠다. 장석권 작가님이 여러 부동산을 가보라고 한 문장에 빨간 밑줄을 그어놨다. 하긴 그 문장 말고도 밑줄 좍. 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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