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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평점 :
#하쿠다사진관 #다산북스
처음에 책 제목만 보고 일본 소설인줄 알았는데 『플라멩코 추는 남자』로 제1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허태연 작가님의 책이었다.
『하쿠다 사진관』
p.84
껍질이 수북이 쌓인 보말 양푼을 옮기며 정미가 털어놓았다. “급한 빚이며 애들 학비며…… 도와줬어, 내동. 저 지지배들이.” 소매로 눈가를 훔치는 정미를 석영과 제비는 묵묵히 봤다. 티슈를 뽑아 씩씩하게 코를 풀고, 정미가 씩 웃었다. “우덜이 여고 동창이유. 취직하고 결혼하고 정신없이 살다 십수 년 전 라이딩 시작혔지. 나는 소식만 듣고 엄두도 못 냈어유. 근디 하도 나오라고들 혀서……. 빚 갚으러 나온 거여. 사흘 내동 웃는 낯만 하랴. 그걸루 빚진 거 다 까준다고.”
고등학교 동창들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서 이 부분에서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나이 들어 좋은 점은 풋풋했던 과거를 추억할 수 있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살아온 삶과 오버랩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 같아요.
처음에 주인공 제비와 하쿠다 사진관의 석영 사장님이 만났을 때 둘이 나이차를 계산해보며 로맨스가 있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제 예상이 빗나갔네요.
제비라는 특이한 이름이사진관 사장님의 동생 이름도 제비라니 정말 소설같은 우연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혜용이를 효재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함께하는 장면, 혜용이가 효재의 눈을 어루만지며 눈이 갖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장면이 뭉클했어요.
심장이 열화에 젖는다는 표현을 처음 들어봤는데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심장이 열화에 젖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선선한 바람과 햇살이 뜨거웠던 한강에서 꼬박 4시간동안 #하쿠다사진관 을 읽었어요. 아무리 읽어도 잘 이해되지 않았던 제주도 방언이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