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상실 -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우리를 덮칠 때
폴린 보스 지음, 임재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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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단 11 #서평단]

『모호한 상실』은 희망 고문이  고문인지 보여주는 책이다저자는 연구자이자 가족심리상담사로 일하면서 듣고 목격한사례로 ‘모호한 상실’ 이론을 설명한다이는 증거가 있는 죽음이나 이별과는 구분되어야 한다직접 눈으로 확인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장례식을 하며 애도 가능한 죽음과 수십 년간 실종 상태인  다르다후자가 모호한 상실에 해당한다전자가 모두의 인정을 받는 상황인 것에 비해 모호한 상실을 겪은 이의 고통은 간과되곤 한다그렇기에 “스스로가 통제할 없는 상황이나 외부의 제약으로 인해 극복과 애도의  과정이 가로막“(26p)히는 경우가 잦다모호한 상실은 이름처럼 모호하기 때문에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 쉽지 않다따라서 저자는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수많은 사례를 제시한다덕분에 독자는 자연스럽게 모호한 상실을 느낀다때로는 머리로 이해하려는 것보다 예시로 느끼는  훨씬 와닿으니까.


겉으로  나지 않는 고통과 슬픔을 다룬 책인 만큼 읽기 쉽지 않았다 페이지를 힘내서 읽어야 했다일부러 힘을 내서읽다 보니 종국엔 자연스럽게 힘이 나는  느꼈다죽음이나 실종처럼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원인 모를 슬픔을 자주 겪었는데 그게 상실에서 비롯된 감정인  몰랐기에 회복이 더뎠던  같다 책을   빨리 만났다면 하는아쉬움이 남았음.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우리를 덮칠 라는 부제처럼 예상치 못한 상실이 발생했을  실용서로 활용하기 좋은 책이었다옆구리에 끼고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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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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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단 11 #서평단]

사랑과 죽음을 유쾌하게 다룬 『고스트  러브』의 저자 마르크 레비가 장편소설로 돌아왔다『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은 1950년대 런던과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다어느  앨리스는 홧김에 들어간 가판점에서 점쟁이에게 묘한 말을 듣는다앨리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가 방금 지나갔는데 그에게 닿기 위해선 여섯 명을 거쳐야 하며 심지어 이스탄불로 가야 한다고 과정에서 앨리스가 안다고 생각했던  하나도 남지 않을 거라고앨리스는 점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반복되는 악몽과 이웃인 달드리의 도움으로 여행을 떠난다운명의 남자를 찾으러.


절반쯤 읽다가 잠시 책을 덮었다여행 과정 설명에 공들이는 이유를   없었기 때문이다앨리스와 달드리가 낯선 땅에서 겪는 우여곡절을 이토록 자세하게 따라갈 필요가 있나운명의 남자는 언제 만나는 거지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여섯 명은  누구고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정작 여행하는  사람은 나보다 느긋해 보여서ㅋㅋㅋㅋ 답답한 심정이었다하지만 끝에 다다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점쟁이가  말의 진위를 따지는 것보다 앨리스가 여행하는과정 자체가 중요했다는 점쟁이가 점지해  운명의 남자를 찾아 떠나는 산뜻한 사랑 이야기인  알았으나 실제론잊힌 과거와 역사를 되찾고 복원하는 트라우마 극복기였다.


향을 매개로 개인의 역사를 복원한다는 점이  책의 개성이라고 생각한다조향 학원에서 원하는 향을 글로 자세히 적은 그걸 묘사하는 방식으로 조향한다는 말을 들은  있다『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도 같은 맥락으로 향에 대한 묘사가두드러진다덕분에 이스탄불의 거리 곳곳을 누비며 앨리스가 맡고 기억한 향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있었다여름휴가  파라솔 아래에서 읽기 좋은 소설두께가 있는 편이지만 페이지 터너라 휴가지에서 읽기 좋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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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인간 - 좋아하는 마음에서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정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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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단 11 #서평단]

인간은 입체적이다 당연한 말은 실생활에선 생각보다 받아들이기 힘든  같다그래서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상황에따른 자아를 여러  구비해 두는 방법을 택했는데 확실히 정신건강에 이롭다언젠가 남들 앞에 창작물을 내놓을 일이생길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필명도 만들어 두었고내가 스무 살이 넘어서 필요에 의해 시작한 ‘자아 나누기 한정현 작가는 훨씬 일찍자연스럽게 시작했다고 한다『환승 인간』은 어릴 적부터 다양한 곳으로 ‘환승 경험이 담긴 저자의 산문집이다한정현 작가의 환승은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에서 이뤄진다어린 시절 직접 지은 ‘난희 이름부터한국영상자료원에서  영화들까지산문집이지만  흐름을 가지고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성이라 소설 느낌으로 읽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았다정말 좋았다『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이하 ~마릴린 먼로~) 감정적으로  충격을 소설이라 산문집이 몹시 궁금했는데 하고 놀랄 만큼 공감되거나 인상 깊은 구절이 많았다특히 영화 감상문을 흥미롭게 읽었음여기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나와 다르다는   체감됐기 때문~마릴린 먼로~』와 <책읽아웃> 239회로 접한 한정현 작가는 ‘ 자신으로 존재할  없게 만드는 사회의 교묘함을  캐치하는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부분이 『환승 인간』 영화 감상문에서  드러난다나는 생각해   없는 방식으로 영화를 보더라.

<행복한 라짜로> 예로 들자면...  영화는 극장에서  때도보고 나와서 해석이나 감상을 찾아봐도 도무지 이해할 없었다성경 모티브인가 싶었지만 성경알못이라 해석을 봐도 알아들을  있는 말이 없었음ㅋㅋㅋㅋㅋㅜㅜ 그런데한정현 작가는 성경 관련 풀이보단 사회와 인간그리고 자연 사이에 발생하는 착취 구조로 영화를 풀어낸다이해하기를포기하고 기억 저편에 묻어둔 영화였는데 덕분에 실마리를 얻은 기분영화도 에세이도 좋아하는 내게 안성맞춤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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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퀘스천
김병규 외 지음 / 너와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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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경제적 성취뿐 아니라 행복, 건강 등 다방면으로 ‘잘’ 사는 법이 중시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마저 타인이 봤을 때 갓생처럼 보일만한 행동이 유행으로 번지는 느낌이다. 여러 미디어/SNS 때문에 가꿔진 타인의 삶에 상시 노출되면서 잘 사는 기준이 외부로 향하게 된 것 같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과 남을 비교하기 쉬워지니까.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 본인만의 기준으로 삶을 꾸리고 싶다면 『빅퀘스천』이 좋은 참고 자료가 되어줄 것이다.

『빅퀘스천』은 제목대로 각 분야의 종사자들이 지금 사회에 가장 필요한 질문과 그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는 책이다. 경영학자, 시인, 변호사, 한의사 등 다양한 분야에 몸담은 자의 이야기는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기에 진솔하고 가깝게 와닿는다. 스마트폰이 주는 빠르고 간편한 보상에 중독된 시대에서 ‘나‘를 지키는 법, 예정된 죽음 앞에서 잘 죽는 법, 슬픔과 고통의 가치…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쉬운 질문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오늘 하루를, 더 나아가 인생을 잘 운영할 수 있을 거란 용기가 생긴다.

타인과 상시 연결되면서 나 자신을 잃기 쉬운 시대다. 『빅퀘스천』에 나온 질문을 시간 들여 고민하면서 스스로와 한걸음 가까워진 기분이다. 현생에 치이면 눈에 잘 안 들어올 내용인데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읽어서 다행이다. 챕터 사이사이에 강연 내용과 관련된 간단한 활동 부록이 실려있어서 더욱 그랬다. 유튜브에 영상도 있으니 책이랑 같이 보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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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3.봄호 - 77호
염건령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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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클럽 『계간 미스터리』 2023 서포터즈]
『계간 미스터리』는 중&단편소설, 특집 기사, 인터뷰 등 다양한 글이 실린 미스터리 전문 문예지다. 눈 쌓인 산장 살인사건, 데이트/가정 폭력, 사이코패스, 비정규직 차별처럼 낯익은 소재를 새롭게 풀어낸 소설들과 인구 구조 변화가 범죄 양상에 끼치는 영향을 저술한 특집 기사, <나이브스 아웃>과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리뷰 등 미스터리 장르를 다방면으로 톺아본다. 미스터리는 타장르를 서포트하는 역할로만 자주 사용되는 게 못내 아쉬웠는데 미스터리 전문 문예지라니. 덕분에 그간 쌓인 아쉬움이 해소된 기분이다.

편집부에서 정한 목차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웬만하면 차례대로 읽지만... 잡지는 차례대로 읽으면 중간에 기운 빠져서 완독하기 힘들더라. 그래서 이번 『계간 미스터리』는 아무 곳이나 펼쳐서 맘대로 읽었는데 완독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단편소설까진 수록된 순서대로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첫 글인 특집 기사에서 얘기하는 범죄가 후에 이어지는 소설들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고령화, 청년 세대 고립 등에 따라 특정 범죄가 발생&발전하는 현상을 특집 기사로 접한 뒤 해당 범죄가 소재로 사용된 소설을 읽는다면 더욱 인상 깊은 독서가 되리라. 이는 미스터리 전문 잡지기에 가능한 경험일 테다.

언급한 글 외에도 미스터리/추리 장르를 매개로 곱씹을 거리가 많다. 덕분에 한 번 읽고 휘발되는 게 아니라 장르소설과 사회 현상을 연결해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다.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 ‘그믐’에서 진행된 독서 모임을 통해 감상을 나눌 수 있어 더욱 풍성한 독서였다. 2023년 한 해 동안 매호 그믐에서 기간 한정 온라인 독서 모임이 진행된다고 하니 많관부🫶🏻

+) 영화 리뷰는 이번 호부터 새로 추가된 꼭지라는데 영상물 텍스트 리뷰 좋아하는 사람이라 넘 반가운 마음🎬
+) 『계간 미스터리』 책등 디자인을 제가 정말 좋아하거든요... 심플 간지 베스트... 근데 여러 권 꽂아놓으면 구분 안 될 것 같음ㅋㅋㅋㅋ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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