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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평점 :
[작정단 11기 #서평단]
사랑과 죽음을 유쾌하게 다룬 『고스트 인 러브』의 저자 마르크 레비가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은 1950년대 런던과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다. 어느 날 앨리스는 홧김에 들어간 가판점에서 점쟁이에게 묘한 말을 듣는다. 앨리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가 방금 지나갔는데 그에게 닿기 위해선 여섯 명을 거쳐야 하며 심지어 이스탄불로 가야 한다고. 그 과정에서 앨리스가 안다고 생각했던 건 하나도 남지 않을 거라고. 앨리스는 점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반복되는 악몽과 이웃인 달드리의 도움으로 여행을 떠난다. 운명의 남자를 찾으러.
절반쯤 읽다가 잠시 책을 덮었다. 여행 과정 설명에 공들이는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앨리스와 달드리가 낯선 땅에서 겪는 우여곡절을 이토록 자세하게 따라갈 필요가 있나? 운명의 남자는 언제 만나는 거지?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여섯 명은 또 누구고?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정작 여행하는 두 사람은 나보다 느긋해 보여서ㅋㅋㅋㅋ 답답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끝에 다다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점쟁이가 한 말의 진위를 따지는 것보다 앨리스가 여행하는과정 자체가 중요했다는 걸. 점쟁이가 점지해 준 운명의 남자를 찾아 떠나는 산뜻한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실제론잊힌 과거와 역사를 되찾고 복원하는 트라우마 극복기였다.
향을 매개로 개인의 역사를 복원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개성이라고 생각한다. 조향 학원에서 원하는 향을 글로 자세히 적은후 그걸 묘사하는 방식으로 조향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도 같은 맥락으로 향에 대한 묘사가두드러진다. 덕분에 이스탄불의 거리 곳곳을 누비며 앨리스가 맡고 기억한 향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여름휴가 때 파라솔 아래에서 읽기 좋은 소설. 두께가 있는 편이지만 페이지 터너라 휴가지에서 읽기 좋을 듯🏖️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