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여자 -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운 그 여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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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세상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남자, 여자. 그리고 엄마.

엄마라는 존재는  특별하다. 누구보다 여리고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지킬 줄 안다.

최근 일본드라마 중 마더라는 작품을 본 후 읽어서 인지 엄마라는 존재를 더 깊이있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운 그 여자, 엄마라는 여자. 이 책의 저자는 작가이자 만화가이다.

자신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그리고 그림으로 풀어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섬찟 놀란다. 이 작가는 일본작가인데 작품에 그려지는 엄마의 모습이,

아주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 즉 아줌마라고 불리는 존재와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라도 엄마는 다 똑같은 것일까.

 

난 이 책을 읽으며 작가를 부럽게 생각했다.

작가가 엄마를 이렇게 그려내고 또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엄마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엄마와의 추억이 많다는 것이고 엄마에 대한 기억이 많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진솔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이렇게 말하는 부분이 있다. 만약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떨까.

그러면 정말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나 또한 그렇다. 나이들 들어가면서 점점 아이처럼 그 두려움이 언제부턴가

머리 속에 자리잡게 되는 것 같다.

 

글도 좋았지만 그림도 같이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엄마를 떠올리며 나 또한 빵빵 터지는 부분이 많았다.

엄마란 어쩜 이렇게 재미있을까..

 

절약하는 방식이 특이한 여자, 아침밥보다 도시락을 더 열심히 만드는 여자, 장식품을 좋아하는 여자.

양보하느라 취미도 잊었던 여자...

이상하리만치 아주 화려한 옷을 아무렇지않게 입을 수 있는 여자. 가판대에 싸게 파는 옷을 좋아하고 백화점

내 특설코너를 좋아하고 선뜻 옷을 고르지 못하는 여자. 자식에 대한 놀라운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여자.

 

과거, 유년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엄마와의 여행을 할 수도 있고 또 지금 옆에 있는 엄마를 더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었다. 아빠라는 남자 책도 있는데, 이 책에 그려지는 아빠는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지 기대되고 설레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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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날은 없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1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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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같은 날은 없다. 강렬한 책 제목과 붉은 노을이 내리는 표지의 첫 인상이 맘에 드는 작품이었다.

청소년기, 그리고 폭력. 이 정도만 알고서 책을 읽었다.

작가는 가정 속 폭력, 즉 형과 오빠의 폭력으로 상처를 안고 살았던 두 인물, 강민과 미나를 통해 그들의 상처를

드러내고 또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매개체는 찡코라는 죽은 강아지이며 해결을 돕는 정신과 의사가 등장하고 있다.

 

이 소설 안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 폭력이라는 소재는 공감을 얻게하기까지

마음에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작게 조금씩 가정 안에 있기는 하지만, 그 폭력으로

상처가 되고 정신과까지 가는 정도는 쉽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들이 그 가정을 이해하고 또 그들이 변화하고자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감동을 얻기까지는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점차적으로 그 과정들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한 인물이 아닌, 벌써 강민과 미나의 두

가정이 나오고 거기에다 찡코라는 강아지까지, 그리고 애니멀커뮤니케이터와 정신과 의사까지..소설안에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한 가정과 한 인물을 좀더 심도있게 다루어주었다면 어땠을까. 찡코라는 강아지의 등장이 꼭 필요했나 하는 생각

마저 든다. 그리고 애니멀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의 등장도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즉 그 정보를

믿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언론에서 애니멀커뮤니케이터가 나오는 것을 본적은 있지만 사실 과학적

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미나와 강민 두 인물이 교차되면서 시점이 그려지고 있어 다소 읽기에 산만했고 순차적으로 흐르긴 하지만 조금씩

엇갈리는 시차도 읽기에 다소 어려운 점이 있었다.

 

가정폭력이라는 소재를 담았다는 점에서 일단 이 작품의 가치는 높다고 보고 작가의 노력과 도전 또한 크다고 본다.

그부분을 받아들여주는 부분에 있어서 좀더 이해와 납득할 수 있게 인물과 내용을 좀 더 깊게 전달해주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소설은 금새 읽어내려갔다. 문장에 걸림이 없이 빠른 사건전개가 이루어져서 집중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강민과 미나, 둘 다 개인의 상처가 치료되고 또 그들의 가정 또한 서로 비폭력으로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해피엔딩으로 마쳐서 기분이 좋았다.

 

강민과 미나. 이 둘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미나는 처음 강아지를 툭툭 발로치며 괴롭히는 강민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를 따라갔다가 아버지에게 맞는 그의 형을 보게 된다. 그리고 어느날 죽은 찡코에게서 신호를 받게되면서

자신의 잊었던 과거를 떠올린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미나는 오빠의 폭력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최근 청소년기의 문제가 왕따와 폭력 등의 사건에서 살인까지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그들의 잘못된 사고와 우발적

범행과 행동, 컨트롤 할 수 없는 감정. 많은 문제점의 시작은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또한 폭력으로 얼룩진 가정이

라면 더더욱 그들의 가정으로 문제를 돌리게 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가정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이 작품은 단비와

같다. 우리는 잠깐 멈추고서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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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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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생각으로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가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놓는다. 그 기억은 세세한 전부가 아니라

일부의 기억들이었다. 마치 낱말을 맞추듯 흩어진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이었다.

작가의 글은 사실이라는 것을 기정 사실화하듯 픽션이나 꾸밈없는 매우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이야기 안에서는 작가가 아닌, 또 딸도 아닌 정말 한 여자. 그 자체였다.

 

작가의 특유의 문장들이 돋보였고 번역된 것이라 읽는데 조금 난해한 문장과 단어들도 있었지만 작가의 개성만은 충분히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한 평론가의 말처럼 감각적인 비유도, 형용사도 정교한 형식도 없었다.

아주 오랜만에 잘 만들어진 외국 소설을 접한 느낌이었다.

 

가장 쓰고 싶은 것이 가족의 이야기이고, 가장 쓰기 어려운 것이 부모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작가라면 언젠가는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 쓰고 싶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다만 그것을 끄집어내는 고통이 어려울 뿐.

또한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한 여자의 작가인 아니 에르노 작가는 페미니즘 적인 느낌이 드는 작가였다. <피아노치는 여자> 작가와 같은 느낌이 처음에

들기도 했다. 아니 에르노 작가는 좀더 솔직하고 그러기에 진솔하고 좀도 따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에 대해 매우 사실적으로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문장들 속에서 애정이 느껴졌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던 어머니는 노인 요양원에 들어갔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그녀는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며

과거를 회상한다.

난폭적이었던 어머니, 신경질적이었던 어머니, 보주적인 성향을 띄었던 어머니.

고얀년, 더런 년, 망할 년 하며 퉁명스럽게 내뱉는 말투와 척하면 때리고 가끔은 주먹질도 했던.

그러다 기력이 떨어져 허리를 반쯤 구부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흐릿해진 시선과 잃어버리는 물건들...

수치심도 느끼지않고 오줌 때무에 기저귀를 차고 손가락으로 게걸스럽게 먹었던 어머니.

 

나는 솔직한 자신을 고백한다.

그녀가 죽기를 바라지않았다고. 그녀를 먹이고 만지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그리고 요양원에 그녀를 놔두었다는 죄책감.

 

어머니에 대한 애증. 그리고 미움. 누구나 가지는 어떤 죄책감.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를 이어주는 부모.

 

작가는 이러한 모든 것들을 잘 표현해내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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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 - 화가 이경미 성장 에세이
이경미 글.그림 / 샘터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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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그림을 그리는 화가. 그러면서 고양이처럼 혼자였다고 자신의 외로움을 고백하는 사람.

고양이처럼 왜 혼자라고 하는 걸까. 어떻게 고양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호기심으로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화가의 성장에세이이기에 글과 그림 모두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시각적인 지루함이 전혀 없었다.

 

용기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이 자라온 이야기를, 지금의 이야기를,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것은

역시 쉽지않은 일일 테니까. 그녀는 강하고 나름대로 삶에 충실하며 살았고 또 열정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혼자였다고 고백하는, 어려웠던 시기에 겪었던 많은 일들과 이야기가 가깝게 느껴지며 혼자라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지금,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또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구축해서 고양이를 자유롭게 그릴 수 있다는 것.

그녀가 쌓아온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언젠가는 개인전을 보고 싶기도 하다.

 

현대적인 한 도시. 건물들에 둘러쌓여 혼자 있는 고양이. 겹겹이 쌓인 책들 사이에 홀로 있기도 하고, 우주 공간에

홀로 있기도 하고 그녀가 자라왔던 과거-골목과 집들과 건축양식을 가진 건물에 있기도 하고 커튼에 가려져있기도

하고 매우 다양한 공간들 속에서 우주복을 입고 등장하는 고양이들.

작가의 그림들은 사실적인 묘사들이 돋보이고 꽉찬 느낌과 무언가를 말하는 듯한 고양이의 눈빛과 시선이 인상적인

그림들이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그녀의 고양이들-나나, 랑켄, 바마, 주디.

특히 프랑켄슈타인을 따서 이름지은 랑켄이 맘에 들었다.

엄마의 가출과 연달아 술을 마시며 욕지거리를 내뱉던 아버지. 가난했던 집안의 형편 속에 좌절했던 그림에 대한 꿈.

다양했던 아버지의 직업들. 뺑소니 교통사고를 내고 이후 병으로 급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누추한 성장으로부터, 그리고 이 나라에서 벗어나 탈출하고 싶었던 나.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버지라서 떨쳐버릴 수 없는 마음들...

아픔은 성장으로, 성장은 성숙으로, 그리고 결과는 그림들에 나타나지게 되었다.

 

그녀의 에세이에 등장했던 류시화의 시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힌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류시화

 

견뎌내고 또 그리움이 너무 커서 무너져내리는 가슴을 안고 우리는 지금도, 내일도 살아야만 한다.

그녀의 고백과 이야기들 속에서 나 또한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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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생연 - 열여덟 번째 봄
장아이링 지음, 홍민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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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계의 제인 오스틴 작가라고 장아이링 작가를 말하고 싶다. 중국문학을 처음 접했던 것은 펄벅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중국문학을 보면 여성의 시대적 비극적인 삶-마치 테스나 주홍글씨같은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데 장아이링 작가의 작품이 그러했다. 샨샤 작가의 작품은 마치 붉은 색을 연상시키는 매혹적인 매력이 있는데 장아이링 작가는 섬세하면서 부드러운, 굉장히 여성적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색깔로 따진다면 조금은 어두운 회색빛이랄까.

반생연이라는 작품은 작가의 삶을 비춰지듯 한 여인의 불행한 삶이 작품 속에 투영되어있다. 혼란과 격변의 시대에는 누구나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런던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유학을 포기하고 들어간 홍콩대학교. 일본군의 점령으로 또 중단된 학업과 짧은 결혼생활, 그리고 미국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그녀의 삶. 시대적 아픔을 고스란히 겪었던 그녀의 삶이 글에 묻어나오는 것 같다.

 

반생연은 로맨스 소설인데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헤어지고 만남을 계속하는 것이 영화 첨밀밀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만전과 스쥔, 위진, 수후이, 추이즈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서로 관계들이 얽히게 되고 여기에 만전의 가족들로 인해 특히 만전의 언니인 만루로 인해 만전은 굉장히 비극적인 삶으로 운명이 바뀌게 된다. 결국 만전과 스쥔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인연이 끊긴 체 둘 다 서로 다른 상대와 결혼을 하게 된다.

복수라면 복수라고도 할 수 있는 만루의 행동으로 형부의 아이를 갖고서 감금되었다가 결국 아이로 인해 구속되버리는 만전의 삶.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여자로서 분노가 치밀었고 형부에게 돌아간 만전의 행동과 판단을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모성이란 이름으로 이렇게 여자의 삶이 무너져버릴 수 있는 것일까. 엇갈린 이들의 운명과 행복하고 이상적이지못한 이들의 결혼생활.

소설의 전개는 후반부로 갈수록 급격한 파도를 타듯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모두의 삶이 뒤바뀌어버리고 소설의 힘은 뒤로 갈수록 더 강해졌다. 작가의 힘이 아닌 가 싶다.

마지막의 결론을 보면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둘의 태도에서 이 둘이 결국 헤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다시 만날 수 있는지 조금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이미 너무나 지나버린 시간이고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현실이지만 애틋한 마음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작품 속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직접적으로 묘사나 서술을 통해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이 당시 지배했던 시대의 생각과 관념, 통속들이 결국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을 소설에 나오는 연인들을 통해 보여주었던 것 같다.

스쥔과 만전의 인연에 대한 안타까움. 여인으로서 만전의 불행한 삶에 대한 안타까움의 여운이 오래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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