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워도 괜찮아 - 다른 사람 시선 신경쓰지 말아요
오인환 지음 / 마음세상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찌 된 일인지 제목만 봐도 위안이 되는 듯하다. 촌스러워도 괜찮다는 그 한마디가.

다른 사람 시선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며 늘 다짐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 그런가 타인의 영향을 쉽게 잘 받기도 하다. 그렇다고 외골수처럼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데 서툴고 고집스럽게 산다는 게 좋다는 말은 아니다. 뭐든지 적당함이 필요하겠지.

타인의 생각을 지나치게 자기 자신의 삶으로 가져오지 말라는 뜻이라 생각한다.

국어사전에서 '촌스러움'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즉섬세하거나 꼼꼼하지는 못하지만 순진하고 어설픈 매력이 바로 촌스러움이라고 말한다.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남들 한다는 것은 다 해봐야 하고 뉴스 기사도 봐야 한다. 촌스럽지 않기 위해 인생 대부분을 소모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행태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우리는 그만큼 타인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오고 있다는 것이니까. 단지 조금만 촌스럽기를 인정한다면 인생을 얼마든지 편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의 블로그 주소가 적혀있길래 한번 들어가 봤다. 소개란에는 '오인환'이라는 이름 대신 '이한'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을 바꾸신 건가?라는 생각을 하며.

'책 좋아하는 쌍둥이 아빠'라는 타이틀답게 꽤나 많은 서평 글과 육아에 관련한 포스팅이 적혀있었다. '기록의 힘'을 몸소 실천해 주고 있는 분인 듯하다.

제주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뉴질랜드로 유학을 다녀왔다고 전해진다.


목차에 있는 무수한 소제목.

'촌스러워도 괜찮아'라는 책 제목답게 시중에 나온 세련된 신간도서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글씨체도 복숭아체스러운 아기자기한 부분이 있었다.

책 내용이 좋아서 완독은 했지만, 조금 불편했던 부분은 오타가 꽤 있었고 띄어쓰기 부분이나 문맥이 어색한 곳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옥에 티라고나 할까. 섬세한 퇴고가 약간은 아쉬웠으나 그걸 찾아내는 재미도 나름 있었다. 그만큼 내가 제대로 읽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이 문장은 책에 두세 번 정도 등장하는데,현실에서의 고통은 다른 사람이나 환경이 아니라 생각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생각은 몸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건강한 신체는 건강한 정신을 만들고,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신체를 만든다.

몸과 마음은 이어져있다는 것을 다시 되새기게 되는 부분이었다.


마음에 와닿는 문구가 있었다.

많이 가지려는 것 혹은 잘하려는 것은 욕심이 아니다. 욕심은 상충하는 다른 것을 갖는 것이다.

모든 것은 적게 노력하고 많이 얻어 가려는 욕심에서 비롯한다. 누구보다 쉽고 빠르게 이루고자 하는 욕심은 게으름의 산물이다. 가만히 앉아서 자석으로 100m 앞에 철사를 움직이려는 것과 같다.

[p.30-31]

이 말에 의하면 나는 욕심 덩어리다. 적게 일하고 많은 수익을 원하니까. 내가 원하는 수익을 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적게 노력하며 일할 수 없다. 부지런히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나라는 사람의 실력을 키워나가야 했다. 그런 잘 하고 싶은 욕심이 늘 있기에 꾸준히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분이 있었는데 '법륜스님'이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읽으면서 숨 가쁘게 달려왔던 지난날들을 돌이켜보았고, 앞으로의 인생은 조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며,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는 행위가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도 새삼 느꼈다.

한마디로 '나다움'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다.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우리는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수많은 세 잎 클로버를 밟고 있는 것이다.

[p.45]

찰나의 행운을 위해 우리 곁에 늘 있는 행복을 참 많이도 놓치고 산다. 사실 20대에는 이러한 생각을 못 하고 살았다.


-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해야 한다.

- 세상 돌아가는 것은 보고 살아야지.


이런 말들을 듣고 자랐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에게는 고생이란 단어가 '의무감'마저 들게 했고, 부정적인 소식만 들려오고 심지어는 '실생활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그런 기삿거리도 '의무감'으로 봐야 했던 일이다.

별 내키지 않았던 의무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젊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고 안 하고는 사는 방식, 가치관에 따라 선택할 일이고, 시사 따위의 뉴스를 보고 안 보고는 관심사에 대한 선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를 살면서 나의 숨소리가 어떤지, 나는 어떤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지,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우리는 하루를 살고 있다.

미래를 바꾸는 것은 남이 아닌 나다.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SNS에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괴로워하는 것도 습관이듯 남과 비교하는 것도 습관이다.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과 비교하는 일은 발전이 아니라, '열등감 훈련'이라고 말한다.

현재는 디지털 시대에 한층 더 가까워진 시대이기 때문에 SNS가 더 활성화될 것이고 나보다 나은, 특출난 사람들이 계속 인터넷상으로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이끌기도 한다. 그들을 따라 하기에도 벅차다고 생각한다.

'촌스러워도 괜찮아'가 아닌, 이제는 정말 촌스러워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가볍게 읽은 책이지만 가볍지 않게 많은 생각을 한 책이다. 자신만의 촌스러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을 돕는 책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스턴싱 - 조금 거리를 두어도 괜찮은 인간관계의 기술
임춘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관계는 딱히 정답이 없고, 쉽지도 않은 일이다. 이 책은 ‘인간관계의 적당함‘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버림받지 않으려면, 손해 보지 않으려면 하는 식의 자기방어적인 내용이 담겨있기도 하다. 적당함, 조화, 절충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HANGE 9 체인지 나인 - 포노 사피엔스 코드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재붕작가의 전작 ‘포노 사피엔스‘를 꾹꾹 눌러 읽었었는데, 이번에 신간도서는 그 포노 사피엔스 심화과정을 다룬 책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필요한 아홉가지 키워드를 비교적 상세히 나타내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랑스를 걷다 - 르퓌 순례길에서 만난 생의 인문학
이재형 지음 / 문예출판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던 버킷리스트 하나가 있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는 것


이런 버킷리스트를 가지게 된 건 우연히 보게 된 미디어의 힘인 것 같다. 광활한 평야에 배낭 하나만을 메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이름 모를 누군가의 뒷모습이 찍힌 영상을 보면서, 내면에 숨어있는 뭔가가 끓어올랐다.


직장인이었을 때 여름휴가라 해봤자 길어야 4박 5일 정도로 그쳤던 나는 주로 화려한 불빛, 맛있는 먹거리, 편한 잠자리가 제공되는 해외로 여행을 다녔다. 그때의 즐거움은 잠깐이었다. 물론 재미와 힐링을 하는 여행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담긴 여행을 하고 싶었다.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여행, 그리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외지에서 자연을 벗 삼아 그저 걷는 여행, 순례길 완주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은 그런 여행을 꿈꿨다.


순례길을 걷는 여정이 쉽지 않거니와,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아무나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나태롭고 단조로운 삶에서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는 것, 그런 것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후, 이제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애프터 코로나가 아닌 코로나와 '함께' 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언젠가 가겠지'라는 확신과 함께 미루고 미뤄왔던 나의 버킷리스트는 '언젠가 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하고 싶은 게 있을 땐, 망설이지 말고 해라.


스치듯 들었던 이 말이 이제야 참 많이도 공감 가는 요즘이다.

나의 헛헛한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우연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가상 챌린지'를 발견했다. 가상으로 전 세계의 사람들이 걷고 또 걸으며, 스페인의 풍경을 어플 속 작은 화면으로 확인한다. 어느 구간이 지날 때마다 격려와 같은 '손엽서'를 메일로 보내주고, 챌린지를 완주하면 기념으로 '메달'을 직접 받아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비록 가상이지만, 순례길 챌린지에 도전하는 내내 함께 해야 할 '책'임이 분명했다.


세상의 모든 길은 또 다른 삶의 현장이다.

순례자는 길에서 몸을 움직이고, 걷고, 생각하고,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또 다른 삶의 순간을 산다.


퓌 순례길은 프랑스 제3의 도시인 리옹에서 남서쪽으로 110킬로미터쯤 떨어진 종교도시 르퓌에서 출발해 남서쪽으로 걷다가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에 있는 작은 마을 생장피에드포르에서 끝나는 750킬로미터의 길이다. 그리고 다시 생장피에드포르에서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서쪽 끝 산티아고까지 이어진 750킬로미터의 길이 바로 한국인들이 많이 걷는 프랑스 순례길(프랑스가 아니라 스페인에 있는)이다. 한 달에서 한 달 보름 정도 소요된다.


보통 프랑스에 있는 이 르퓌 순례길과 스페인에 있는 프랑스 순례길을 합쳐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부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나의 오랜 버킷리스트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마치고 돌아온다면, 꼭 내가 직접 겪은 이 소중한 여행을 에세이 형식으로 꼭 책에 담아내고 말겠다고 말이다.

순례길 여행을 하려는 목적이 조금은 더 분명해졌다.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내가 느낀 것들을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프롤로그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순례를 시작하는 르퓌에서 다시 파리로 돌아가는 여정의 마지막까지 구간별로 글 또한 나누어져 있었다. 여행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멋진 스페인의 풍경 사진들과, 명언이 담겨 있는 인용구, 그리고 삶을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시와 소설이 한데 어우러진 책이다.

저자가 순례를 하면서 겪은 이야기와 생각들, 순례를 하기에 알아두면 좋을'순례자를 위한 노트'라는 꿀팁까지 풍성한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르퓌 노트르담 성당에는 검은 마리아상이 있다. 르퓌에 도착한 순례자는 순례자 카드도 구입해야 하고 순례자를 위한 미사와 축성식에도 참석해야 하므로 반드시 이곳을 들르게 된다고 한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하나 생소하지 않은 지역이 없는데, 저자는 그 지역에 대한 역사적 사실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여행지를 가기에 앞서 미리 그 지역에 대해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바라보는 '관점'에 큰 차이가 있음을 일깨워주기라도 하듯, 저자는 순례길의 가이드 역할을 이 책으로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순례길에서의 만남, 그리고 헤어짐이 있듯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비단 순례길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생각에 잠기게 되는 문구도 더러 있었다.


순례자 정신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단순함과 소박함은 우리의 삶에서 지나친 욕구와 안락함을 내려놓고 진정한 가치를 재발견하게 해준다.


문득 떠올랐다. 어머니의 친구분에게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어 이미 가기로 한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같이 가서 바람이라도 쐬자고 하셨다고 한다. 결국 여행을 다녀와서는 '고맙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여행은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 기분전환이 되고, 삶의 활력이 되는 그런 '강력한 힘' 말이다.


'일상을 여행처럼'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마치 그런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이 책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어느 길을 걷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일단 길을 나서는 일이다.


일단 길을 나서서 몸을 움직여보는 것, 그것이 바로 일상을 여행처럼 살 수 있는 첫 번째 해야 할 행동이지 않을까.

순례길의 여정을 함께 보고 읽고 느끼면서 삶에 대한 통찰력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마음으로나마 같이 걷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문체가 좋다. 한마디로 깔끔하게 잘 정돈된 글이 좋다. 뭔가 잘 꾸며진 미사여구의 글은 왠지 인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다. 다양한 작가들의 특색 있는 글이 적혀있는 책들을 가볍게 비교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비교한다고 해서 누군가를 평가한다거나 판단한다는 것이 아니다. '비교'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도 담겨있듯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고찰을 하려고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특별한 문장이 아닌데도 울림을 주는 표현들이 군데군데 있었다는 것이다.

방송인이자 작가인 허지웅 님의 글은 나에게 그런 글이었다. 객관적 사실만을 말하는 데도 난데없이 감정을 동요하게 만드는. 어떤 부분에서는 심지어 울컥하게 만들어버리곤 했다.


4년 만에 출간한 허지웅 작가의 신간도서, 살고 싶다는 농담.

2018년,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은 저자가 자신의 병을 이겨내면서 그때의 시각으로 쓴 진솔한 에세이다.

오늘 밤은 제발 덜 아프기를 닥치는 대로 아무에게나 빌며, 침대에 누우면 조금씩 가라앉는 것 같은 천장과 차디찬 바닥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삶'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이리도 담담히 써 내려갈 수 있을까.

얼만큼의 통증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글이 쓰여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이 책을 읽으면서 겸손해졌다.


차례에 적힌 짤막한 문장 몇 개만 봐도 정신이 번뜩 차려지기도 했고, 지극히 공감 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 문장이 잊힐까 싶어 얼른 사진을 찍고는 핸드폰 갤러리에 넣어두기도 했다.



너무 애를 쓰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즐기면서 해야지 오래 할 수 있어요.



서른 살 이후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걸 시도해 본 기억이 없다는 저자에게 우연한 기회로 요가를 시작하는데, 그의 요가 선생님이 한 말이다.


삶은 이처럼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적이 되어야 더욱 풍요로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책의 초반부에도 나와있는 글도 마찬가지다.

결론에 사로잡혀 있으면 정말 중요한 것들이 사소해진다. 거창한 결론이 삶을 망친다면 사소한 결심들은 동기가 된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결심들을 잘 지켜내어 성과가 쌓이면 삶을 꾸려나가는 중요한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다.

[p.24]


'된다.'라고 확신 있게 끝맺지 않고, '될 수도 있다.'라고 가능성만을 열어둔 저자의 의도는 '내 이야기를 믿을 사람만 믿어라.' 하는 식이다. 왠지 독자에게 그것에 대한 선택권을 넘겨준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고충이 느껴진다.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아픈 사람들과 진정한 소통을 하려는 초반의 의도와는 달리, 그냥 한번 이야기하고 싶었다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고 고백한다.


나는 작가의 글에 공감한다. 사소한 결심에 이은 작은 성공이 쌓이면 살면서 보이는 관점의 폭이 커진다. 내가 가진 가능성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게 한다.


예를 들면 최근에 전혀 못할 것 같았던 물구나무서기 자세를 이젠 벽에 발을 붙이지 않고도 일자로 만들어내게 되었다는 것은 작가의 말처럼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었다.


한 번도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질문들을 제시해 주고 있었다.


삶에서의 다양한 순간들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1. 내 삶의 가장 충만한 순간은?

2. 가장 비참한 순간은?

3. 가장 평화로웠던 순간은?

4. 가장 시끌벅적했던 순간은?

5. 가장 고마웠던 순간은?

6. 가장 억울했던 순간은?


이 장면들을 꼽는 일은 내 삶을 이야기로, 나를 캐릭터로 만든다. 그 안에서 우리는 더 이상 지나가던 행인이 아니다.


뭔가 특별한 것 없는 시시하다고만 여겼던 평범한 삶도 하나하나 들춰보면 분명 입체감 있는, 다이내믹한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흔적들을 너무도 쉽게 잊고 살아가는 듯하다.


힘들었던, 그리고 슬펐던 기억만큼이나 좋았고 행복했던 기억들도 분명 있을 텐데 그걸 자꾸만 잊고 살았었구나 싶었다. 나는 내가 가장 잘 알듯이 나만의 가진 스토리를 꺼내어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오늘도 나는 나와 다투고, 또다시 친구가 되기를 반복한다. 지치는 노릇이지만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될 일이다. ··· 예민함은 더 많은 것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 주지만 꼭 그만큼 공연한 슬픔을 안겨주기도 한다.

[p.118]


스스로에게 하는 말들이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다. 어쩔 땐 바보처럼 느껴지다가도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혼자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한다.


작가의 글에서 '사람 사는 건 누구나 별반 다르지 않다.'라는 깨달음과 예민함은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 아닌 그것대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다름을 인정하며 존중해 주는 것. 누군가의 예민함이 사실은 장점이 많은 부분이라는 것.

예전의 나는 피해의식에 며칠간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억울했고,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 불편한 감정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생각은 그저 치유가 아닌 무의식 속에 그대로 바닥에 가라앉아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생각에 또 갇혔다.


나는 운이 좋았다.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을 빨리 기를 수 있었다. 피해의식은 사람의 영혼을 그 기초부터 파괴한다.

[p.152]


피해의식이 생길 때마다 이 문장을 떠올려야겠다.


악마의 속삭임에서 벗어나자고.


이 책에서는 유난히 '영화'와, '성경'에 나오는 구절들, 그리고 '철학자'의 인용구가 자주 등장한다.


작가 허지웅이 글을 쓰면서 어떤 부분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 많았다.

영화를 잘 보지 않는 나에게도 '이 영화만큼은 봐야겠다'라는 글도 종종 있었고, 글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초록창을 열어 영화의 줄거리를 확인해보기도 했다. 그만큼 하나의 책에서 파생되는 '관심'가는 것들이 늘어난다. 관심사가 많다는 것은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문장을 가져와본다.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