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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찾아 산티아고
정효정 지음 / 푸른향기 / 2017년 1월
평점 :

"왜 결혼안해?" 한국 사회에서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라면 자주 들어본 말일 것이다. 나는 오래 연애한 남편과 작년에 식을 올렸지만, 아직 주변에는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이 많고 그들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결혼할 남자가 없다.', '난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남자 찾아 산티아고>의 저자는 30대 후반의 미혼여성으로 모든 것에 자신 있지만 단 하나 연애에는 자신이 없으며 결혼을 해야하는 것인가에 대해 계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그러던 저자가 우연히 친한 언니에게 산티아고에 가면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떠난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 나 역시 최근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관련 여행 에세이를 읽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정말 좋은 책을 만난 것 같아서 좋았고, 아주 즐겁게 읽었다! <남자 찾아 산티아고>에는 저자의 여행기 뿐만 아니라 인생의 여름방학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즐기는 법에 대해 현실적으로 조언도 실려있다.

책의 타이틀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실제로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몇몇 남자들과 만나게 된다. 푸엔테 라 레이나로 향하던 중 만난 지저스를 닮은 잘생긴 남자, 다니엘. 이탈리아에서 온 요리를 잘하는 남자, 다비드. 순례길을 걷고 있던 저자를 만나러 달려온, 라이언까지. 결국 저자는 어떤 사람과 잘되게 될까?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될까? 스포일러는 금물이니 언급하지 않겠다! 갈대같은 저자의 마음 그리고 알기 어려운 상대방의 마음까지 흥미진진했다.

내가 여행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대리만족을 하게 해준다는 점이 가장 크지만 그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건 저자만의 그 때의 감정이 글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점이다. <남자 찾아 산티아고> 역시 저자의 그때그때의 기쁨, 슬픔, 힘듬, 갈등 등의 여러 감정이 녹아 있었고, 정효정 작가만의 솔직한 문체가 좋았다. 아무래도 방송작가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쓰는 것 같다. 내가 마치 여행에 동행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술술 읽힌다.

저자는 순례길의 가장 큰 매력은 마음껏 이기적일 수 있다는 거였다고 한다. 아무 생각없이 눈을 뜨면 걷고 정해진 거리를 걷고 나면 잠드는 나날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순례길을 걸으며 고민거리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의 전환점에 선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많이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살다보면 언젠가 무언가에 대해서 골똘히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 올 것 이다. 저자가 사랑과 연애, 결혼에 대해 고민했듯이. 그 때가 오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