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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우리에겐 아직 마지막 카드가 있어 - 이상한 나라의 가족, 스페인에서 길을 찾다
이경걸 지음, 이하연 그림 / 마인드큐브 / 2019년 5월
평점 :
여행 안에는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희노애락이 압축적으로 들어 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인생을 미리 연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잠깐 휴가 나와 '나'와 '가족'을 찾아 떠난 모험 이야기이며, 정체성을 정의할 수 없는 이 시대 오십대 아빠가 쓴 가족여행기이다. - 작가의 말
후쿠오카 여행을 하며 읽은 <괜찮아, 우리에겐 아직 마지막 카드가 있어>. 작가의 말이 바로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말인 것 같다. 가족이 스페인 여행을 하며 겪었던 여행기에 대한 책으로, 특이하게도 아빠(!)가 쓴 책이다. 딸이나 아들이 쓴 책은 많이 읽어본 것 같은데, 아빠의 시점으로 본 유럽여행기의 책이라니, 게다가 렌트를 해서 국경도 넘는다고 해서, 꽤 오랜 기간의 여행이라고 해서 더욱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후회로 새로운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우리 가족에게 가훈과도 같은 말이었다. 그리고 정말 세 모녀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시장 구경하러 가잔다. 어쩌면 정말 이것이 우리 가족의 역사를 지탱해온 가장 큰 힘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 p.83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때만 해도 아주 평범한 여행 에세이 인가 싶었다. 관광지에 대한 정보와 함께 감상평이 나왔었는데, 갑자기 막내딸 하연이 핸드폰을 도둑맞으며 이야기가 반전된다. 그렇게 가족들은 여권과 여행비용을 전부 넣어둔 가방을 통째로 도난 당하기도 하고, 렌트카에 주유를 잘못해서 아주 비싼 차를 망가뜨리기 까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이렇듯 여행이라는 게 참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데, 안 좋은 일이 생기다가도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타지에서 친절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등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마치 우리네 인생과 같은 모습으로 저자는 인생의 희노애락이 여행에 담겨져 있다고 말하는데, 크게 공감되었다. 실수를 통해 배우기도 하고 다음에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혹은 그래도 이 선택이 옮았다고 그 속에서 좋은 의미를 발견하기도 하는 게 여행일 것이다.
저자의 글이 잘 읽히고 나름 재밌어서 평범한 오십대 아빠는 아니겠다 싶었는데, 젊은 시절 나름 글을 쓰던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읽기 쉬운 문체와 재밌는 이야기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가족과 함께한 여행기 답게 가족에 대한 글들도 많이 실려 있는데 딸들에 대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묘사에서는 다정함이 느껴졌고, 아내와의 추억에 대한 글에서는 애틋함이 느껴져셔 좋았다.
또, 산티야나델마르 선언 파트에서 봉숙이 이야기가 항상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던 나에게 무겁게 다가왔다. 하지만, 카우치 서핑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아기가 없는 가족에게 아기를 가지라고 권유했던 엄마의 이야기는 책에 안 싣는게 나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조금 있다. 읽으며 조금 불편함을 느꼈다. 안나 부부가 그 불편한 기류를 조금이라도 눈치채지 못했기를...!
초보 여행자들이 아주 재수 없으면 겪을 수 있는 온갖 사건사고의 종합세트와 같은 이야기. 시중에 여행에세이들이 넘쳐나지만, '집 떠나면 개고생이지만, 가족과 함께하면 행복하다'는 오십대 가장의 여행기라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