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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 ㅣ 앗코짱 시리즈 2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9년 2월
평점 :
'누군가 죽어도 상관없다.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될 이유만 생길 수 있다면...' 어느 날 지하철을 기다리며 생각에 빠진 주인공은 매일 지옥에 가는 듯한 마음으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아케미이다. 그런 아케미에게 말을 건 어느 낯선여자. 그 여자는 스무디를 건네면서 일주일동안 아케미의 삶에 개입하는데, 그 여자는 바로 앗코짱!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는 일본에서 인기를 바탕으로 드라마로 제작된 <앗코짱 시리즈>의 2편이다.
<앗코짱 시리즈>의 1편인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도 너무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계속 2편이 국내 출간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무 기쁘게도 이봄 출판사의 '위로 한잔 공감단'에 선정되어 예쁜 컬러링 엽서와 책을 받아 볼 수 있었다. (책의 삽화로 구성된 컬러링 엽서 너무 귀여우니 미리 구매해서 꼭 겟하시길!)
언제나처럼 맨 앞 차량이 정지하는 위치까지 가서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어두운 터널을 바라보았다. 저 어둠에 빨려들어 사라져 버린다면 차라리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 막 천재지변이 일어나 출근을 못 했으면 좋겠다. "어이, 감색 셔츠 아가씨! 이리로 와봐요." 텅 빈 플랫폼에 낮은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렸다. 우리 회사였다면 당장 클레임일 이 거만한 태도. 어이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강한 마력에 이끌리듯이 한 걸음 한 걸음 주스 판매대에 다가갔다.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난 게 틀림 없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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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코짱은 40대 여성으로 할 말은 하고 사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이다. 츤데레 성격이 매력적인 앗코짱은 스무디 가게를 운영하다가 우연히 매일 지친 얼굴로 지하철을 타는 아케미를 눈여겨 보게되고, 아케미가 자살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할때 나타나 아케미에게 자신이 판매하는 스무디를 일주일동안 억지로 먹이게 된다. 모르는 여자가 고압적인 태도로 스무디를 주고, 오지랖을 부리자 기분 나빠하던 아케미는 점점 앗코짱이 자신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세지에 대해 알게 되면서 차츰차츰 변해가는데, 그 과정들이 독자들에게 굉장히 위로가 되고, 또 기발한 아이디어가 재밌기도 하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에는 앗코짱 시리즈 본편이 2편 실려있고, 또 다른 주인공의 단편이 2편 실려있다. 완전히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이지만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고, 까메오로 깜짝 등장하기도 해서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이 앗코짱 시리즈의 또 다른 매력인 것 같다. 특히 <3시 회의에 전 직장상사가 나타났다>에서는 전작이 주인공 미치코가 성장해서 등장하여 괜시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2편의 단편 중에서 <멧돼지 스토커>는 저자의 상상력에 유쾌하게 읽었고 슈슈를 걸고 다니는 멧돼지 베티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결국, 자신의 인생 최대의 불행도 지나가는 누군가에게는 재미있고 웃긴 한 페이지일 뿐이다. 조금 전이었더라면 그 사실을 깨닫고 울컥하거나 비참했겠지만, 지금은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되레, 뭔가 유쾌하다. (중략) 자리 하나를 둘러싸고 싸우는 것이 취업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죽이거나 누군가를 제치는 일이 생겨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눈앞의 일에만 신경 쓰느라, 자신이 골라야 할 의자의 크기나 색을 제대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p.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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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단편 <우메다역 원더월드>는 취준생이라면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 취준을 오래하던 주인공 사에가 연이은 탈락에 힘들어 하다가 결국 원하지 않던 회사에 마지막으로 면접을 보러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항상 자신을 잘 돌보아 주는 할머니와 남자친구까지 구니타치에 두고 우메다까지 면접을 보러 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게 되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에 대해 깨닫게 된다. 나 역시 사에처럼 힘들었던 취준생활을 겪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사에가 했던 고민들에 깊이 공감했고, 마지막으로 내린 결론에 마음이 편해졌다. 사에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고 현재는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살다보면 학업이나 회사, 육아 등 일상에 지쳐 힘들거나 억울하지만 참고 견디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런 힘든 생활의 연속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내가 그 때 참지 않고 이렇게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버티는 일상은 반복이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의 앗코짱은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는 우리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세지를 던진다. 그리고 우리가 못했던 말을 대신 해주기도 해서 속이 다 시원하다. 우리 현실속에서도 앗코짱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길,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