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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이라는 스캔들
나이토 치즈코 지음, 고영란 외 옮김 / 역사비평사 / 2011년 7월
평점 :
우리는 매일 신문을 본다. 요즘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더욱이 인터넷신문을 주로 접하게 되는데, 인터넷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미디어가 중시하는 것은 사실관계가 아닌 흥미이다.'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러하지 않더라도 독자의 관심을 끌고 논란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기사를 내는 것이 신문,잡지 즉 미디어이다.
나이토 치즈코의 이 책은 신문과 잡지를 통해서 어떻게 이야기가 양산되고 스테레오타입이 만들어지는 지 여실히 보여주고있다. 이 책에서는 크게 아이누, 여성, 그리고 식민지 조선을 소재로 삼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일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보호와 계몽이 필요한 약자들이다. 그가 제시하는 일본의 미디어는 '피'를 통해서 위에서 열거한 이들의 순수함 또는 악랄함 그리고 무지함과 혈통자체로 약한 스테레오타입을 만들어낸다. 그의 논리 하에서 이 소재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결국 일본의 지배, 그리고 남성중심의 사회를 정당화시키는 담론을 형성한다.
이 책은 아주 흥미로우며 하나의 큰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어 소설책을 읽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또한 당시의 기사들을 집중해서 읽을 때, 과연 나도 미디어에 의해 다량의 선입견을 주입받을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그만큼 미디어의 문맥은 흡인력이 대단하다.
책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사건의 사실관계등을 정확하게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당시 사람들이 해당 사건을 어떻게 접하고 느꼈으며,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실마리라고 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저자의 논리와 실상이 정말로 그러했는지에 대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각 기사들이 정말로 연관성을 가지고 상호작요을 했는가 하는 문제이다. 저자는 명성황후가 시해됐을 때 김옥균이 살해된 기사의 이미지로 인해 '악녀의 종말'과 김옥균의 '피'와 민비의 '피'이미지가 서로 연관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미디어는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생성 및 제공하고, 그렇기 때문에 침잠해있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현대의 사람들 역시 흥미를 위해서 미디어를 접하고 금새 잊어버린다. 저자는 어쩌면 당시 미디어의 매력에 과도하게 사로잡혀 각 스테레오타입간의 연결점을 무리하게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