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년과 빛나는 죽음을 맞으라 - 헬렌 니어링이 뽑아 엮은, 나이듦과 죽음에 관한 지혜의 말들
헬렌 니어링 엮음, 전병재 옮김 / 빈빈책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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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으로 심쿵

 

죽음에 대해 두렵지 않은 사람은 흔치 않다.

지천명의 나이라, 병들어 연명을 구하는 죽음이 아닌 멋진 죽음을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더 궁금해진다.

빛나는 죽음에 대한 지혜의 말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조금은 이겨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죽음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읽으며 때론 입가에 미소가... 때론 수도승처럼 담담해진다.

이 책 속에 보석같은 글들이 많이 있지만, 나의 가슴에 살포시 와닿은 글들을 소개한다.

 

책머리에

 

-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가를 배우는 것은 삶의 마지막 과제 중 하나이다. 그리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에 대해 배우는 것은 그야말로 삶의 최후의 과제이다. 6p

 

- 죽어가는 것은 죽음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한 굉장한 모험의 과정이다. 그러니 어떻게 죽음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지 않으며,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하지 않겠는가?

- 노년을 깊은 생각과 기품 있는 태도로 보낼 수 있듯이, 우리는 최소한의 고통으로 죽음에 다가갈 수 있고 품위 있고 공손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9p

 

- 내 남편 스콧 니어링은 유유히 그리고 선명한 의식 속에서 죽어갔다.... 어느 날 저녁 식사를 막 시작하려 할 때 그가 말했다. 더는 못 먹을 것 같아. 그는 아흔아홉 살이었고 백 살을 앞두고 있었다....

 

- 백 번째 생일 한 주 전부터 그는 유동식만 먹고 딱딱한 음식은 삼갔다. 그는 쇠약해지고 기력을 잃어갔지만 재치와 쾌활함 그리고 결단력은 잃지 않았다. 채소와 과일 주스로 단식을 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젠 물만 있으면 돼.

 

- 물만 먹고 지낸 지 일주일 뒤 죽음이 다가온 바로 그 순간, 그는 초연한 자세로 그리고 여전히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잎이 떨어지듯 힘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그의 영혼은 떠나갔다.

그것은 가장 적절한 시기의 온화하고 침착한 출발이었다. 그는 가늘게 숨을 내쉰 다음 더는 숨을 쉬지 않았다. 이렇게 그는 적극적인 의지로 다른 곳으로 갔다. 바로 잘 죽는 기술을 실현한 것이다. 13p

 

'스콧 니어링'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기력을 잃어가면서도 재치와 쾌활함을 잃지 않았으며, 서서히 곡기를 끊고 죽음을 맞이하던 그 초연함과 당당함.

건강하게 100수를 누렸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인품과 경륜이 묻어 나오는 장면들이다. 한마디로 멋진 죽음이다.  

 

1부. 훌륭한 노년

 

-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1664> 19p

 

- 스물이든 여든이든 간에 배우기를 그치는 사람은 늙는다. 그러나 계속 배우는 사람은 젊음을 유지한다. 삶에서 가장 훌륭한 일은 당신의 마음을 젊게 가꾸는 것이다. <헨리 포드, 1940> 21p

 

- 노인 같은 젊은이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젊은이 같은 노인을 만나는 것은 기쁜 일이다. <키케로> 23p

젊은이 같은 노인, 망년지우(忘年之友)의 만남.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실버세대들이 듣고 싶어하는 멋진 말이다.  

 

- 행복은 환경보다는 자기 자신의 성격에 더 많이 달려 있다. <마사 워싱턴, 1800> 27p

 

- 재치와 유머 감각, 건강과 매력을 지닌 채 노년까지 산다는 것은 삶의 가장 큰 수확입니다. <에후디 메누힌, 1981> 46p

나이가 들수록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건강과 더불어 유머와 재치인 것 같다.

라때보다 경청, 그리고 간간이 던지는 혜학과 내공 깊은 중년 신사의 짤막한 말들은 미소를 머금게 하고 돌아서서도 생각나게 하는 노년의 필살기 '촌철살인'이다.  

 

- 우아함과 주름의 조화는 실로 경이롭다. 정말 행복한 노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한 새벽빛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 젊은이는 매력적이지만 노인은 눈부시다. <빅트로 위고, 1862> 48p

 

- 청년기는 학문에, 장년기는 가장의 의무와 책임에, 노년기는 학문과 관념적 사색 그리고 절대자에 대한 명상에 바쳐야 한다는 브라만의 가르침에 나는 언제나 매료되었다. <시머싯 몸, 1952> 56p

 

- 살다가 몸과 마음이 노쇠해지면 칭찬을 기대하지 말고, 선물과 사랑은 말할 것도 없이 기대하지 말 것이며, ···· 다만 겸손하고 고적한 달관과 휴식 속으로 물러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랠프 일도 에머슨, 1849> 59p

나이가 들수록 섭섭함이 많아진다고 한다. 삶에 대한 미련이 많다. 스스로 희생했다고 생각하면 대가를 바라게 된다. 실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행복했고, 키우면서 나도 어른이 되었다. 친구들 그리고 이웃들과 같이 함께해서 인생이 즐거웠다. 그래ㅣ서 그 이상 무언가를 해주길 바라지 말라는 말인 것 같다. 100% 공감

 

- 오래 살아보지 못한 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말들에는, 지혜로 가득 차서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노년의 침묵이 있다. <에드거 리 매스터스, 1900>

어른들은 손자들이 짓궂은 장난을 치거나 말썽을 부려도 지긋이 웃기만 했다. 나무라지도 탓하지도 않으셨다. 그 넉넉함이 바로 지혜로 가득 차 있는 침묵 때문이었음을....

그 마음에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지금은 곁에 안 계시지만~

 

-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고 싶다면 아름다운 청춘을 누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바로 우리 자신의 후손이자 선조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내가 나인 것은 어제의 내가 바로 나였기 때문입니다. <앨버트 허버드, 1930> 61p

 

- 그 무엇도 머물 수 없습니다. 순간순간 영원을 찾으십시오. <헨리 데이비드 소로, 1854> 63p

 

- 죽음이 보여주는 가장 큰 위엄은 바로 그 죽음보다 앞선 삶이 지닌 위엄입니다. 희망은 우리가 살아온 삶의 의미 속에 있습니다. <셔윈 눌랜드, 1994> 65p

 

- 나이 들면서 얻는 보상이 있다면 강한 열정이 예전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 큰 보상이 있다면, 마침내 우리에게 가장 좋은 향기를 불어넣은 힘, 다시 말해서 경험을 빛 속에서 천천히 돌아 볼 힘을 얻었다는 점이다. <버지니아 울프, 1926> 72p

 

- 영원히 살 것처럼 밭을 갈아라. 그리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 <조지 핸더슨, 1944> 79p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내일 죽으면 보지 못할 소중한 많은 것들을 눈물나게 가슴에 담자. 그렇게 살다 보면 갈등과 증오 같은 쓰레기들이 쌓일 틈이 없이 없을 것 같다. 매일.... 하루하루가 감사할 뿐 

 

2부.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우아하게 죽는 기술은, 많은 사람이 알고 싶어 하지만 어디에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밀턴 메이어, 1965> 89p

 

-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죽음 그 자체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훌륭하게 죽는 것은 우리의 특권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죽음을 막을 수는 없지만, 죽어가는 모습은 선택할 수 있다. <사이러스 설즈버거, 1961> 92p

태어날 땐 선택이 아닌 운명이지만 떠날 땐 어떤 방식으로 떠나야 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너무 멋있을 것 같다. 이별 파티처럼. 존엄사처럼.

 

- 하루하루를 자신의 마지막 순간으로 생각한다면, 예기치 않은 시간이 은혜롭게 여겨질 것이다. <호라티우스, B.C. 15> 95p

하루하루가 마지막 순간인데 그 마지막이 계속된다.

결국 우리는 늘 마지막 순간순간을 살고 있다.

어제는 영원속으로 사라졌다. 오늘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고 소중한 선물이다.   

 

- 우리는 삶의 상승을 위한 목표는 가치 있게 여기면서, 어찌하여 죽음은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가? 젊은이는 스무 해 넘게 자신의 본질을 깨달으려 애쓰는데, 어찌하여 노인은 그 오랜 세월 동안 죽음에 대비하지 않는 것인가? <칼 융, 1934> 96p

 

-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워라. 아니면 정당한 유언을 준비하라. <알렉산더 교황, 1709>

직장에서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마음의 사표'를 써라는 말처럼 현재의 삶에 실망하지 않으려면 유언장을 써보는 것도 RESET 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3부. 죽음, 굉장히 좋은 일

 

-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살든 누구도 자기 삶에 실망스러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랠프 월도 에머슨. 1885> 144p

너무 좋은 말이다. 어떻게 살았던 누구도 자기 삶에 실망하지 않기. 인생은 소중하니까!

 

- 죽음은 우리가 그 사실을 지각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죽음만 그러하겠는가. 거리, 부재 심지어는 잠 또한 마찬가지이다. <에드윈 아널드 경, 1901> 151p

 

- 더 나은 을 위해 이 세상을 버릴 것. 더 나은 을 위해 당신의 삶을 버릴 것. 더 나은 사랑을 위해 사랑하는 친구의 곁을 떠날 것. <토머스 울프, 1934> 152p

 

- 강과 바다가 하나 되듯 삶과 죽음도 하나이다. <칼릴 지브란, 1934> 161p

 

- 죽음은 탄생보다 더 단순하다. 죽음은 연속선 상의 한 과정일 뿐이다. 불가사의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탄생이다. <스튜어트 에드워드 화이트,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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