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행복을 찾는 당신에게
김지선 지음 / 새벽감성 / 2022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받고 이런저런 바쁜 일을 핑계로 며칠간 묵혔다.

쪼매난 게 금방 읽겠지 하다 3일이 지났다.

아차...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이었지

책 내용이 궁금해졌다. 내 마음에 팍팍 꽂힐 것 같은 책방 현장의 느낌들.

마치 내가 책방 주인인 것 같은 일체감... 책을 펴기도 전에 이런 감성이 밀려온다.

행복을 찾는 당신에게....

작은 책방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 당신에게

이런 책을 제대로 즐기려면 우선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바쁜 일상 속에 휙 하고 속독하는 책이 아닌 한 페이지에 담긴 책 속 장면을 공감하며 작은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면 더 좋을 것 같다. ^^

잘하고 있나.

나만 이런가.

그런데 그냥 내 기분대로 살아도 괜찮잖아.

이 일상이 행복일 수도 있잖아. 13p

책 첫머리에 쓰인 이 글은 우리 시대의 스승 이어령 선생의 "세상에 마지막 남기는 인사"의 한 구절처럼 다가왔다.

"가장 가까운 나의 친구,

가장 가깝게 사랑하는 사람들.

옆에서 전화만 걸면

어느 저녁에 가고 싶은 곳에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 일상이 주는 사소한 행복이

이렇게도 그립고 이렇게도 소중한가를

알고 깨달은 시간들"

세상에 마지막 남기는 인사 중에서

일상의 행복에 대한 두 가지 표현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첫 손님이 들어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다.

얼음을 만든다고 분주했던 것을 보상받는 느낌이다.

손님 응대를 부지런히 한 후, 나도 커피를 마셨다....

나는 이런 여유가 좋다.

내가 고른 음악이 스피커에서 나오고 다락방에 올라간 손님들의 목소리가 음악에 섞여 가끔 들려오고

그런데도 나 혼자만 책방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 이 기분이 참 좋다. 28p

공간에 대한 책방 주인의 생각은..

이렇듯 얼음을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손님들의 목소리까지 자기 것으로 만든다.

책을 살피던 손님이 내가 쓴 책을 꺼내 계산대에 가져왔다.

속으로 굉장히 기뻤지만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다락방에 올라간 손님에게 커피를 준비해서 가져갔더니

"작가님 책 너무 재밌게 읽어서 여기 꼭 와보고 싶었어요."라고 이곳을 방문한 목적을 말한다....

열심히 사는 것을 보상받는 느낌이다. 70p

작은 책방에 아무 말없이 들어와 한 귀퉁이에 책방 주인이 쓴 책을 찾아내서 시크하게 다락방으로 올라간 손님...

이런 일부러 찾는 손님들 때문에 작은 책방도, 이 사회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게 아닐까. 아마도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 붙잡고 싶은 순간들을

글로 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기억을 끄적이며

기록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

글을 쓰는 것은 아이디어의 싸움이다.

매일 새로운 이야기가 있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책방에서 글의 영감을 받고

어떻게 책을 만들지 생각을 잘 정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꿈을 꾸는 사람들이 꿈에 다가갈 수 있게

적당한 참고 도서가 넘치는 것도

독립서점의 매력이다. 74p

끄적임은...잊어버리지 않으려는 작은 몸짓이다.

독립서점은 이런 끄적임의 작은 조각들을 모아둘 수 있는 공간이다.

찰나의 글 조각들이 아이디어가 되고 모자이크처럼 창작되는 공간이다.

무명작가들에겐 이런 영감을 주는 공간들이 많을수록 마음만은 풍요로울 듯하다.

내 책을 내가 직접 모르는 사람에게 파는 것은

참 어렵다.

글을 쓰는 것과 글을 책으로 만드는 것과

책으로 만들어진 것을 돈을 받고 파는 것이

전혀 다른 감정이다...

누군가에게 내 책을 소개하면서 사달라고 말할 때는

작가가 아니라 장사꾼이 된 기분이다. 80p

물건만이 아닌 낭만을 파는 장사꾼이다.

영화배우는 영화관이나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팔고, 가수는 콘서트장에서 노래를 판다.

작가는 서점에서 꿈을 판다.

정치인들조차도 미래의 청사진을 판다. 바보같이 뻔한 말에 속으면서도 계속 사주는 게 문제지만....

세상 모두가 세일즈맨이고, 세러리맨이다.

나는 배우도 작가도 아니니 그마저도 팔게 없다. 사줄 사람도 없는 사랑이나 팔아야긋다.

여행작가로 출판사를 통해서만 책을 펼쳐내다가

독립출판의 세계를 알게 되면서

만들고 싶은 책을 직접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하던 순간이 있었다.

그러다

...

내가 만든 책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을 펼쳐 놓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여겼던 첫 시작이 기억났다. 81p

내가 좋아하는 책은 도서관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서점에 가서 구입을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산 지 1년이 넘은 책도 있다.

가방끈이 짧아서 그런지 몰라도 책장의 책들은 그 존재만으로 부족한 자격지심을 메워주는 것 같다.

이렇게 모은 책들은 거실 한켠을 차지하고,

이사를 할 때면 "안 보는 책은 정리를 좀 하세요"라는 눈총을 받는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진열된 공간에서 허기진 소유욕에 행복을 느낀다.

모든 일이 그렇듯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해야 할 때도 있고,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때도 많다.

그런데 때로는 평소에 하지 않아서 잘 모르던 취향을 이로 인해 발견할 수도 있다.

내가 독립서점을 운영하게 된 것도 그 앞의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82p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다소 시들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단골 메뉴다.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코로나라는 지독한 놈 때문에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에게 하고 싶지 않은 의무를 강요했다.

이로 인해 타격이 가장 컷 던 소상공인들 그들 중 동네 책방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코로나로 오프라인 모임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책방에서 커피도 못 마시게 하고, 마스크도 못 벗게 했으니,

그래서 문을 닫을 수밖에...

그렇게 호들갑을 떨며 시키는 데로 하고 꼭 그래야 할 것 같아 다들 조심들을 했지만.

정작 확진자 세계 1위가 되고 나서야

사람들은 스스로 두려움을 조금씩 내려놓고 위드 코로나가 가까이 왔음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온라인의 세상, 메타의 세상이 훅하고 곁에 다가왔다.

우리는 늘 이렇게 새로운 경험과 위기 속에서 새로운 발견을 한다.

어떤 책이든 독자들은 빠른 배송보다 깨끗하고 정확하게 책이 도착하길 원한다.

한 번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고 삼 주 동안 책방을 비우고 여행을 떠났는데,

출발할 때쯤 들어온 주문을 한국에 돌아와서 발송했는데도

상관없이 기다려준 독자가 있었다.

종이를 좋아하고 책 넘기는 소리를 좋아하고

아직도 아날로그 감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책방의 독자들이라 그런 건지

빨리빨리만 생각하는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 사는 듯하다.

이런 느림보 감성은

책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독립출판 도서에서 특히 만난다. 85p

작은 책방,

한적함이 있는 늦은 아침의 낭만과 여유가 있는 골목길 작은 책방.

손님들이 오기까지 손님이 없다고 조바심을 가지기는커녕

커피 한잔 내려 흔들의자에 기대어 창밖 햇살을 즐기는 책방 주인.

독자들이 그런 책방 주인을 닮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저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펼칠 때 작은 설렘을 느긋이 기다릴 뿐

책방을 운영하면서 금전적으로 허덕이지 않으며

대외적으로 그럴싸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지원 사업'덕이기도 하다.

잘만 찾으면 일 년에도 몇 가지 지원 사업을 통해 지원금을 받아 책방에서 하고 싶은 행사를 할 수 있다. 99p

책을 읽기 전 궁금한 점이 있었다.

이런 작은 규모의 영세한 책방들은 어떻게 유지될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적자면?

작은 책방에서 느끼는 낭만과 여유,

생각만 해도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작은 행복감에 젖어들것 같지만,

적자경영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쨍그랑 낭만을 깨며 머리를 때렸다.

책을 읽어가면서 하나씩 알게 된다.

온 오프라인을 통한 판매활동, 작은 서점 공간의 대관, 각종 지원 사업 신청 등

다양한 활동이 있었다.

3년 이상 운영해 온 작가의 노하우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국가, 지자체, 그리고 문학을 사랑하는 뜻있는 기업들의 좀 더 다양한 지원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내 삶에 대해, 누군가의 질문을 받으면 그제야 잊고 살던 나를 생각한다.

....

작은 책방에 갇혀 있는 것 같지만 이 속에는 매일 새로운 것들이 여행의 설렘보다 훨씬 더 나를 자극했다.

매일 글을 쓰고, 매일 새 책을 만나고, 매일 새로운 손님을 알게 되며, 매일 책이 새 주인을 찾아 떠난다. 129p

오프라인 모임에서 흔히 등장하는 자기소개를 할 때 문뜩 자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어떻게 소개하지. 이름, 나이 그리고 또...

엘리베이터 피치처럼 10층에 도착하기 전까지 짧은 시간에 자기를 어필해야 한다면

미리 준비되고 연습한 사람이 아니면 난감하다.

머뭇거리는 순간 10층에 도착한다.

스쳐 지나간 수많은 기회들이 주마등 처럼 후회로 남는다.

미리 준비되지 못한 서툼과 용기가 없어 우물쭈물 어설프게 놓쳐버린 수많은 아쉬움들

하지만 책방엔 늘 새로움들이 있어

나의 후회와 아쉬움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

비워야 채워지는 것처럼...

아쉬움과 후회는 다가올 설렘을 준비하는 좋은 경험이니

손님에게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실은 내가 손님에게 하고픈 질문이 있었다.

"여행으로 찾아온 이곳은 어때요?"

여행작가가 운영하는 책방으로 소개되기도 했는데 사실 누군가의 여행지로 이곳이 소개되길 바란다. 130p

가끔 가는 서울 출장길에 가봐야 할 곳이 한 곳 생겼다.

거기서 사야 할 책도 미리 정해놨다.

그리고

그 책을 사서 다락방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낭만도 마시고, 나오는 길에 작가의 사인도 받아야겠다.

제주에 가면 가끔 들리는 작은 책방들에서처럼 여행의 즐거움과 여유를 나에게 선물하는 나만의 핫플

마의 삼 년. 존폐 위기 속에 보낸 2021년의 나날들.

이제 마의 삼 년을 보내고 사 년 차가 되었다. 그간 책방을 잘 운영한 것일까.

그저 버텨만 온 것이 아닐까. 내려놓지 못해 꾸역꾸역 끌고만 온 것은 아닐까.

삼 주년을 지나며 여러 생각이 오갔다. 146p

한 번뿐인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분들에게...

가끔 현실은 낭만을 짓밟기도 하고, 순정과 진정성이 현실의 벽에 부딪쳐 희석되고 오염되고,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진흙탕 속에서 뒹굴고 있는 모습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네요

흙 속의 진주는 흙 속에 있어도 진주입니다.

변치 않는 맑고 아름다운 당신에게 격려와 감사를 드립니다.

낭만 전사! 우리 친하게 지내요^^ - 타락 천사가

ps. 서평기사단에 선발되어 잠시지만 영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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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섬 2022-04-0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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