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13
존 맥그리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실종된 여자아이의 이름은 리베카 쇼였다. 나이는 열세 살. 마지막으로 눈에 띄었을 때 그녀는 후드 달린 흰색 상의와 진청색 방한 조끼, 검은색 진, 캔버스화 차림이었다....

여자아이의 키는 152센티미터였고, 머리는 짙은 금발의 직모를 어깨까지 기르고 있다. 이런 용모의 아이를 발견하면 속히 경찰에 연락해달라고 했다...

기상이 허락하면 수색을 다시 시작한다고 했다.

몇 시간째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들리는 소리는 길 주변의 발소리와 개 짖는 소리, 그리고 들리는 소리는 저수지 쪽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헬리콥터 소리뿐이었다.(11p)

여자 아이의 가족은 새해를 맞이하여 이곳을 찾아, 헌터 저택의 창고를 개조한 숙소에 머무르고 있었다.(12p)

2월에 경찰은 맨체스터에서 배우들을 데리고 와 상황을 재연했다. 그동안 단서가 나오지 않았고, 경찰은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취재진이 헌터 저택에 모였고 경찰은 촬영범위를 정해주었다. 날씨는 맑고 서리가 내려 있었다... 창고를 개조한 숙소의 문이 열리며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고, 열세 살의 여자아이도 뒤를 따랐다...

세 사람은 창고를 개조한 숙소 앞에 세워둔 은색 차량에 올라탔고, 천천히 도로로 나갔다. 이들은 차에서 나와 황무지 쪽으로 내려갔다. 여자아이가 뒤처졌고, 부모 역할을 맡은 연기자들은 세 번 뒤돌아보며 아이에게 얼른 오라고 말했다... 두 성인은 첫 번째 언덕을 넘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걸었고, 잠시 후 여자아이도 시야에서 사라졌다.(19p)

수사는 계속됐다. 3월 말이 되자 날씨는 따뜻해졌고, 여자 아이의 부모는 여전히 헌터 저택에 머무르고 있었다.(20p)

13세 어린 소녀의 실종. . . 이 소설 도입부의 설정이다. 추운 겨울, 음산한 숲, 황량한 마을, 그리고 저수지, 수색견, 경찰, 마을 주민들의 걱정 어린 눈빛들. . 마치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내려 간다.

범인은 누구일까? 실종일까 납치일까? 나타나는 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소개하며 나도 모르게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체크해가며 소녀 그리고 범죄와 연관성을 찾고 있다.

아님 사고일까? 단순 가출? 이 소설의 언제쯤 소녀를 찾았다는 안도감을 느낄까?

3~4년이 지나고 마을 주민들도 실종된 소녀에 대해 잊혀진 듯 잊지 못하는 장면들이 가끔 등장하면서 익숙해져간다. 그리고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회자되고 있고, 어떤 마을 주민들은 그 소녀에 대해 돌아오는 꿈을 꾸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마을 사람들에게는 일상처럼 많은 일들이 생긴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객지로 취업을 나가고, 나이 든 노인은 사망을 하고, 교회에서는 연극이 공연되고, 어른이 된 꼬마들은 다시 만나 사랑하고... 이런 이야기들이 계속 전개된다.

도대체 그 실종된 소녀의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되는 거지? 언제 나오는 거야? 저수지 13을 읽어간다. 그러다가 그 답을 소설 말미에 가서야 조금씩 알게된다. 그리고 무언가 깨닫는다. 작가는 내가 생각했던, 계속 꽂혀있던 실종 스토리보다는 작은 마을의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들을 녹여냈다. 실종된 소녀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가끔 등장하긴 하지만. . . 책의 후반부에 와서야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돈다. 작가는 일상에 대한 그리고 조금 지루할 수 있지만 평범한 삶에 대한 여운과 소중함을 계속 말하고 있었음을...

우리 주변에도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발생한다. 그리고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했던 수많은 사건들 또한 사람들 기억속에 차츰 잊혀져 간다. 나의 소중한 가족, 나의 정겨운 이웃들이 그렇게 하나 둘씩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듯이 . . .  

삶은 답을 얻는 과정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대답은 나중에, 늘 과거형으로 주어진다. 그때까지는 그저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삶은 언제나 미완성이다. (366p)

범인이 밝혀졌을 때의 통쾌함 보다는, 그렇게 온전히 제시되는 순간들이 쌓여서 전하는 '하나의 세계'의 무게가 휠씬 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순간들에만 충실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풍성하고, 또한 감동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367p) 

매일 반복되는 아침 출근길...오늘은 라디오에서 이런 멘트가 흘러나온다. 저수지13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하루를 두 번 사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오늘 하루가 소중하다.'

무심히 지나쳐 버린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그리고 평범하고 지루한 오늘 하루가 보석같이 빛난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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