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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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후 나의 생각을 적기엔 작가의 느낌이 퇴색될까 조심스럽다.

오래되고 빛바랜 책 한권 펼치듯 조심 조심 한장씩 넘겨가며 읽었다. 나도 모르게 가슴 아려왔다.

눈가에 습기가 맺혀졌다.

그래서 그 문장들 몇개를 그대로 옮겨본다.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분리수거

자비 없는 세상을 원망하고 죽은 인간조차도 그 자리에 방치된 채 오랫동안 썩어갔다면 그 냄새는 자비가 없다(23p).

종량제 봉투는 착화탄을 벗겨낸 포장지와 병원에서 받았을 수십 장의 약 봉투로 채워져 있었다...앨범과 얙자에서 빼냈을 수많은 사진의 모서리가 뾰족한 톱니가 되어 봉투를 날까롭게 찌른다. 모든 것이 죽기 전에 스스로 정리한 것이리라. 그녀의 못다한 이야기, 한숨과 절망 가득한 사연이 작은 봉투에 고스란히 담긴 것만 같다(27p).

 

사랑하는 영민씨에게

당신은 사랑받던 사람입니다.

당신이 버리지 못한 신발상자안에 남겨진 수많은 편지와 사연을 그 증거로 제출합니다.

당신의 흔적을 보고 싶어한 아버지와 어머니, 홀로 방에 서서 눈물을 흘리던 당신의 동생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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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청소

인간의 마음도 더러운 화장실 청소처럼 얼마간 곤욕을 치르고 나면 잠시나마 너그러워지고 밝아진다. 평소 우울감에 시달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화장실 청소를 추천하고 싶다. 그 화장실이 더럽고 끔찍할수록 더 좋다(221p).

 

작가를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허름한 포차에 앉아 소주잔을 들릴듯 말듯 부딪치며...오래 알고 있었던 벗처럼. 멋있는 친구다.

 

술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오늘은 소주가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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