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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 '로기완을 만났다'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는데요.
서로에게 가지는 연민이 왜 조심스러워야하는지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주인공이 윤주에게 관여하게 되었을 때, 섣부른 개입이 생각이 납니다.
견딜 수 없는 현실에 윤주가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야 했을 주인공은
어느 순간 윤주의 삶 깊이 스며든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합니다.
죄책감과 중압감, 어떤 말로도 윤주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것은 침묵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브뤼쎌로 도망을 택했을 주인공의 심정은 저 또한 느껴본 적이 있는 감정입니다.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누군가를 이해하는 척 하고,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조차
내가 그 누군가를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여유가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섣불리 누군가와 가까워졌고, 그 누군가의 현실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때
섣불리 다가간 것을 반성하기보다는, 그 누군가를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섣불리 다가가 나에게 기대게 해 놓고는 그냥 누군가의 세계에서 나와버렸습니다.
오랜 뒤 죄책감이 남았고, 그 죄책감은 아직까지도 지우지 못한 채 가슴 한켠에 얼룩져 있습니다.
윤주를 통해 그 누군가를 보았고, 주인공을 통해 나를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