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자가 아닙니까? - 성x인종x계급의 미국사
벨 훅스 지음, 노지양 옮김, 김보명 해제 / 동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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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자가 아닙니까?> 벨훅스, 노지양, 동녘

미국에서 흑인의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끌려온 이주 노예들이 기원인 것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고 그들의 삶은 가히 짐승과도 다를 바 없는 가혹한 삶이었던것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흑인 여성의 삶은 어떻했을지 상상의 영역에서조차 불편함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강간과 성착취로 얼룩진 그들의 사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단지 백인 주인의 성노리개를 떠나서 노예가 재산인 시대에 강제로 임신을 시켜 자신의 재산을 늘리기에 혈안이 된 주인들이 취했던 행동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흑인 노예들에게 가정을 꾸리게 하는 것이 자식을 낳고 번성시켜 재산증식에 유리하기에 흑인노예들에 대한 짝짓기를 허용했으며 흑인 가정들은 노예의 삶으로 인해 자신들의 문화를 잊고 백인사회에 추종하고 동화되어갔으며 흑인 남성들은 가정에서의 권위로 자신의 미약함을 대체하려는 가부장적인 모습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모순들은 흑인 안에서 남과 여에 대한 관계에 대한 갈등이 되기도 하면서도 남여 갈등의 근원을 흑인남성의 주체성과 인종차별적인 문제에 집중하게 만들게 되었고 반대로 백인 여성들은 흑인 여성에 대해 백인 남성을 유혹하는 부정한 존재로 인식하던 관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체로 머물러 있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미국 주류사회에서는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에 대해 서로 대립하는 지점을 만들면서 페미니즘 운동이 인종차별에 대해 연대를 구성하는 것에 실패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지점에 대해 비판한다. 그러면서 흑인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미국 역사 속에서 구성되었는지 소개하면서 현재 백인 여성 중심의 페미니즘 운동이 가지는 한계성과 극복을 위한 대안을 함께 모색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난 여자가 아닙니까?"가 된 것이다. 100년도 전 어느 노예제 반대 집회 현장에서 자신의 젖가슴을 보이며 흑인 남성과 동등하게 일하는 자신이 곧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사실을 보였던 소저너 트루스의 외침이 바로 흑인 여성이 미국 페미니즘에서 어떤 역활과 위치를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저자는 종종 흑인 여자들이 자신에게 "왜 본인을 페미니스트라고 부르세요? 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인종차별적인 운동에 협조한다는 뜻이 아닌가요?" 라고 질문할 때마다 저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가 묻고 또 물어야 할 질문은 우리가 왜 페미니스트인지가 아니라 인종차별적 여성이 어떻게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지입니다."

이 대화가 이 책에서 보여주고 싶은 대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과 인종차별의 간격을 해결 못한 백인 페미니스트들의 한계와 인종차별에 대항하기 위해 그런 백인 페미니스트들을 배척할 수 밖에 없었던 흑인 여성인권 운동이 가지는 모순과 한계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아직도 합의점을 찾기가 쉬워보이지 않으며 현재 시점에서도 모순의 발견에 그쳐있지 현실적인 해법과 대안에 대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체 헤매고 있는 형국으로 보여진다.

저자 자신이 흑인으로서 백인 여성 중심의 많은 페미니스트와 그 단체들에 치를 떨었던 순간들에 대해 고백하면서도 자신에 대해 페미니스트로 정의하는 용기에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책에서 인용된 1976년 페미니즘 팸플릿을 쓴 무명의 저자의 말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모든 투쟁에서 우리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미국에 깊게 자리 잡은 성향과 싸워야 한다. 그 성향이란 긴장이 형성되거나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두려워 원칙이 어떤 것인지 질문하는 것을 회피하는 성향이다. 우리는 근본적이고 변증법적인 원칙에 따라 살아야 한다. 진보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투쟁에서만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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