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수첩 - 맛 평론의 원류 언론인 홍승면의 백미백상
홍승면 지음 / 대부등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식가의 수첩> 홍승면, 대부등

이 책은 1976년 7월부터 저자가 작고한 1983년 4월까지 '주부생활'에 실렸던 음식 칼럼을 모은 책이다. 저자인 홍승면씨는 1927년 생으로 합동통신사 기자로 시작해서 일찌감치 31살의 나이에 한국일보 편집국장이 되었으며 이후 동아일보와 신동아 등을 거치며 해외 특파원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언론인으로 종사하다가 군사정권의 언론탄압이 절정에 이르렀던 동아일보 광고사태를 맞으며 언론계를 떠났다.

한국일보 시절부터 칼럼을 써오면서 그동안의 고답적인 문어체 관습을 깨고 부드럽고 평이한 구어체 문장으로 현대적인 산문체의 시조를 열었다는 설명답게 책을 읽는 내내 지금의 시점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40년전에 쓰여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본다면 새로운 문장자를 만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제는 음식이다. 몇가지 음식이나 식재료를 의식의 흐름처럼 구성해서 연관지어지도록 구성한 글을 모아 놓은 책이다. 찾아보니 '주부생활'이라는 월간지는 아직도 출간이 이어져 오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보던 주부생활의 기사들을 들척였던 기억이 있었고 그 안에는 다양한 살림의 지혜와 나에겐 생소한 다양한 문화생활들이 소개되어 있어 지방 소도시에서 접하기 힘든 신세계를 접하는 기분으로 잡지를 읽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1983년이 마지막 칼럼이었다면 나는 아마도 저자의 글을 접했던 적이 없을 것이다. 글을 읽는 내내 인터넷도 없던 시대에 어떻게 저렇게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여러나라의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연관지어 재미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평소에 관심이 많은 두부에 나오는 중국과 일본의 두부에 대한 이야기는 나에게도 생경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되었고 구절판이나 신선로가 그 시절 손님 접대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계삼탕은 어느덧 삼계탕으로 바뀌었고 뷔페라는 단어는 아직 사용되지 않아 스웨덴 요리라고 소개된 '스뫼르고즈부드'라는 바이킹 요리는 그런 요리가 있다는 것도 몰랐던 나에겐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샌드위치 백작이나 동파육과 같이 사람이름을 딴 음식을 이야기할 때는 그 사람의 일대기나 음식 탄생에 대한 견해를 표시하기도 하고 먹는 걸 즐기는 저자답게 주변 지인들과도 끊임없이 벌이는 음식 논쟁들을 재미나게 소개하고 있어 푸근하면서도 해박한 주변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이 글을 읽어 나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음식에 대한 글을 많이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좋은 글이 지금까지 숨겨져 있다 이제야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반갑고 의미있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책의 주제 하나하나 마다 무슨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게 만들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야기꾼을 만나 음식과 식재료에 대해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