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 교실 - 젠더가 금지된 학교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무성교실> 무라타 사야카 / 최고은, 하빌리스

무라타 사아카라는 작가는 <편의점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알고있었지만 실제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가 이번에 무성교실이라는 단편집이 출간되어 읽게되었다.

기왕에 읽게 되는 김에 작가의 전편인 <편의점 인간>과 최근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던 <불편한 편의점>을 한꺼번에 빌려 같이 읽기로 했다.

<편의점 인간>과 <무성교실>을 다 읽어보니 여러 문학상을 휩쓸었다는 이유가 이해되면서 참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성교실>에는 4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마루노우치 선의 마법소녀", "비밀의 화원", "무성 교실", "변용" 이 네편의 단편은 전혀다른 이야기지만 미묘하게 닮은 구석들이 느껴진다. 그리고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네 가지 이야기의 화자가 되는 주인공들이 각각 30대, 20대, 10대, 40대라는 점은 그 미묘함을 연결하는 고리처럼 느껴진다.

네 가지 이야기는 심드렁한 일상 속에 어릴적 동심으로 시작한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하게 구축해 놓았던 30대 독신의 여성, 첫 사랑에 대한 환상을 끝내고자 현실의 첫사랑을 감금해버린 여대생, 성별에 대한 표현이 금지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10대 고등학생, 친정 아버지의 병간호로 경력단절을 겪으며 다시 사회로 복귀하고자 노력하는 화목한 섹스리스의 40대 기혼여성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로 <편의점 인간>에서 보여주었던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감과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성이라는 틀 속에서 자신만의 환상을 만들어 생존을 유지하는 인간 군상들을 재치있게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가끔 일본적 공상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작가들을 만나면 그 공상과 상상의 기원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무라타 사아카가 만들어내는 공상의 세계는 그런면에서 좀더 현실적이고 일본 사회에 대한 가감없는 비판의식이 그대로 들어나면서도 현실의 초현실적으로 순간적으로 비틀어내는 놀라운 기교를 보여준다.

정말 이 작가의 작품은 "나모무"하면서도 "마미마눈데라"한 희열을 전달해주는 작품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일본의 3대 문학신인상을 휩쓸며 괴물 신예의 탄생으로 우리나라 뉴스에 까지 소개되었던 작가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편의점 인간> 작가 소개란에 적혀있는 크레이지 사아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괴랄한 작품들을 만나니 즐거움이 몰아친다. 정말 소설을 읽다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어서 무라타 사아카의 다른 작품과 앞으로의 작품들도 기대하며 찾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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