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박영서, 들녘
단 한명의 백성도 굶어 죽지 않게 하라는 부제처럼 조선시대의 복지정책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이다.
조선시대의 복지정책은 환과고독으로 표현되었다. 늙고 아내가 없는 자를 '환', 늙고 남편이 없는 자를 '과', 늙고 자식이 없는 자를 '독', 어리고 부모가 없는 자를 '고'라고 칭하고 이들을 보살피는 것을 국가의 중요한 복지 지표로 삼았다.
그렇다고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복지정책이 따로 있었다기 보다는 유교적 가치를 구현하고 고려때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공동체의 관습을 체계화 한 것에 가깝다고 느껴졌지만 그래도 나름 백성들을 굶기지 않고 고아가 된 아이들을 보살피며 혼기를 채워도 결혼하지 못한 홀아비와 독녀를 혼인시킴으로써 가정과 출산을 장려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볼 수 있고 백성의 기아와 관련해선 환곡이 기본 틀이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조선시대의 복지는 아동복지, 여성복지, 노인복지, 장애인복지, 노비복지라는 측면으로 볼 수 있는데 노비복지는 지금의 근로자에 대한 대우와 연계되어 생각할 문제라고 보여졌는데 세종때 여성 노비에게 출산휴가를 100일이상 보내면서 배우자인 남성에게도 30일의 출산휴가를 보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임에도 새삼 놀랍게 다가온다.
장애인복지는 좀 특이하게 다가왔는데 주로 치료받을 권리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점을 칠 수 있는 특수직군으로 분류되어 벼슬에도 올라갈 수 있었다는 점과 우리가 알고 있는 '소경'과 '봉사'는 각각 종4품, 종8품에 해당하는 벼슬명이었다는 사실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대우와 관련있음을 잘 보여주는 명칭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노인복지는 효를 강조하는 유교사상에 따른 측면이 강하고 국가에서 널리 장려한다는 이벤트성 정책들이 많았다고는 해도 노인들이 살기엔 어떤 면에서 지금보다 좋은 나라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크게 두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뒷장은 실제로 이런 복지정책이 실제로 현실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여러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으며 구휼을 위한 환곡과 같은 장치가 어떻게 악용되어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었는지 당시의 제도적 허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나름의 인본주의를 표방했던 조선이라는 국가가 가지는 백성에 대한 구호와 안전장치들을 살펴볼 수 있었던 책이었고 그 제도들이 가지는 사상적 배경과 한계 또한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