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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땀눈물, 초등교사 - 어린이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일 ㅣ 피땀눈물 시리즈 4
김여진 지음 / 상도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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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인스타그램을 돋보기를 누르면 ‘쌤스타그램’이 많이 보인다.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아이들과 했던 활동, 학급살이 등을 기록한 글들을 쌤스타그램이라 태그하여 기록하곤 한다. SNS 특성상 교실에서 우리반이 예뻤던 이야기를 적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교실에서는 잔소리하고 화를 내는 경우, 아이들끼리 다퉈서 머리 아픈 이야기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들도 많이 알려졌으면 했다. 그런 바람들이 여진쌤의 에세이에 교실 속 ‘피땀눈물’로 담겨있어서 울고 웃으며 읽었다.
일반 회사원들은 어른들과 대립하거나 협력하며 사회생활을 이어나가겠지만, 교사는 아이들과 우당탕탕 하루도 같은 날이 없는 매일을 보낸다. 학부모와 관리자의 영향도 크겠지만, 그래도 1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나를 울고 웃게 만든다. 그런 지점들을 풀어낸 여진쌤의 문장들은 나를 웃게 한 올해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코로나를 두 번이나 겪고 돌아왔을 때 날 기다려준 아이들과 편지, 12월인데도 여전히 쉬는시간에 내 옆에서 가족 친구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눠주는 아이들의 모습 등, 이 책을 읽으며 내 곁을 1년간 함께 해준 아이들이 스쳐지나가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교실에서 마냥 웃는 순간만 있으면 좋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힘든 순간도 많다. [등교는 하나요? 다행이네요] 파트를 읽으며 나또한 전전긍긍했던 어떤 해가 떠올랐다. 매년 ‘주스타임’이라고 이름 붙인 학생 상담을 하면서 아이들의 속이야기들을 듣는다. 마냥 밝아보이는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힘든 일들을 겪고 있는 것을 들었던 날, 가족과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이던 날은 내가 물어보지 않았다면 이 힘든 일들을 아이가 계속 꽁꽁 안고 있었을 생각에 같이 눈물이 고였다. 아이가 받아야할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지, 말하지 못할 고민을 끌어안고 있진 않은지 아이들에게 시선을 더 많이 두고 더 많이 들어줘야 겠다고 또한번 다짐한다.
덧붙여, 여진쌤의 북토크에서 눈물이 고였다가 웃었다가 하는 1시간 반 동안의 시간은 나에게 연말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항상 에너지 넘치시고 늘 밝아보이는 선생님에게도 오프더레코드로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눈물로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선생님께 위로를 건네고 싶었고 나 또한 위로를 받는 시간이었다. 여진쌤의 글과 북토크에서 위로받은 것처럼 교실이 하나의 외로운 섬처럼 머물지 않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꺼내서 내놓고 서로 돕는, 연결되는 교실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피땀눈물’ 흘리면서도 건강하고 행복한 선생님과 아이들이 살아가는 교실이 되길 바라며 웃으며 책을 덮어본다.
🔖 한 때 선생님은 화려하고 큰 여객선의 선장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막상 배를 타고 보니 선생님은, 아니, 나는 태풍이 오기 전날 고기잡이배가 쓸려가지 않도록 단단하게 밧줄에 잡아매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