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또 읽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멀고 놀랍도록 가까운 풀빛 청소년 문학 3
토릴 아이데 지음, 모명숙 옮김 / 풀빛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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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인 엄마는 아빠 없이 나를 돌보느라 저녁 늦게서야 퇴근한다. 주인공은 매일 밤 엄마가 오기 전 감자를 삶아놓거나 식탁 위의 음식을 준비한다. 그것을 엄마를 위한 배려이자 엄마의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식사준비를 관두고 침대에 배를 깔고 천장을 향하게 누워 손으로 턱을 괸 채 책을 읽는다. 다른 사춘기 소녀처럼 지붕들 너머로 하늘이 보이는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주인공은 종합학교의 입학을 준비하는 16살 사춘기 소녀이다.
엄마만큼 키도 크고, 제법 숙녀티가 날 만큼 성장한 사춘기 소녀에게 알 수 없는 느낌이 찾아온 것이다.
마음도 몸도 갑작스레 커 버린 소녀는 전과 달리 극도로 예민하고 반항적이 되며 작은 일에도 짜증스러워한다.

사춘기 소녀는 할머니를 좋아한다. 엄마와 단둘이 갇혀지내는 시간에 해방구가 되어준다. 특히 아빠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는 그 곳을 마치 제 방처럼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아빠와 주인공이 하나 되는 기분까지 든다.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마음 속 어딘가 어린소녀는 막연한 꿈만 꾼다.

사춘기 소녀에게 엄마에 대한 뜻모를 감정이 무엇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소녀와 엄마와 거리가 멀어질 때마다 엄마가 소녀의 마음을 읽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럴 때 먼저 손을 뻗어 엄마 손 잡아봤으면 하지만
사춘기의 방황은 제자리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동안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할 것이다.

엄마가 없어도 아쉬울 것 없다는 당돌한 사춘기 소녀는 이제 다 알 것 아는 자신을 어린이처럼 보살펴주지도, 어른 취급을 해 주지도 않아 속상한 마음이다. 엄마와의 관계에도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예전에 엄마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은 서로에게 속해있는 안정감이였는데 이제 는 불편하기만 하다.
예민한 사춘기에 서로의 의견이 다를 땐 사소한 말다툼이라도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다. 때문에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고 말수는 적어지고, 다른사람들이 내 마음 몰라주니 어느새 마음은 답답하다. 어느새 싫은 엄마와의 생활에 하루가 질질 끌리듯 아주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사춘기 소녀는 무조건 주변사람들이 자신을 늘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름대로 살아가는 삶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춘기 소녀의 좁은 시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영역이였다.
사춘기 소녀는 엄마와의 관계를 밀어낼수록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말로 하지 못한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주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자신은 엄마께 무관심하고, 매사에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사춘기 소녀의 세상은 생각하고 원하는 일이 이미 정해진 일이니 마음껏 놀고 쉽게 행동으로 옮긴다.
주인공은 숙제의 피로와 시험 성적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공부에는 관심 없다. 오로지 남자친구와의 시간 아니면 레뷰 중심이다.
주인공은 이 때부터 이기적인 자아와 투쟁하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친구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진 것은 아닐까 감히 추측해본다. 엄마는 전부 나눠쓰고 있는데 엄마에게 무관심한 나쁜애였음을 본인도 깨달았다. 자신은 대게 엄마 혼자 지내도록 내버려뒀기 때문이다.
엄마는 토레와의 연애를 걱정한다. 나이 많은 남자애의 기대를 채워주기에 너무 어리기 때문에 결코 토레를 붙잡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그저 사생활 뿐이라고 말한다. 자신도 어른대접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내심 섭섭한 마음을 표현한다. 그동안 딸과 자신이 서로 믿고 의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에게 숨기는 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토레나 주인공이 너무 이른 나이에 어른들을 흉내내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미성숙한 나이에 너무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행동은 아쉬웠다.
그러나 사춘기는 자유롭지 않은 것에 반발심이 앞서는 시기가 아닌가?
모든 사생활을 간섭받고 싶지 않고, 뭐든지 내 마음대로 하고 사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는 청소년기인데
아이를 믿지 못하고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도리어 부작용을 낳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로 도서 속 사춘기 소녀가 엄마가 알면 실망할 연인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자신이 반어른임을 인정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행동에 책임감을 느끼고 그에 따라 대처하는 모습은 제법 어른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사춘기에 자유롭게 선택하되, 지킬 것은 지키는 어른스러움을 자연스럽게 갖추는 과정에 조심스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사춘기의 과정은 성장 곡선을 닮아있는 것 같다. 이 곡선은 큰 폭으로 자주 변하다가도 언젠가는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사춘기 소녀의 주인공 또한 성장곡선을 닮아 늘 불안하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감정상태를 보이고 있다. 
사춘기엔 사소한 변화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는 부모님 시선을 비뚫어진 시선으로 바라본다.
때로는 이제 다 알 것 아는 나이라고 생각하는는 내게 어른 취급을 해 주지 않는 이유로, 때로는 아직 책임감이 없는 나를 보살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을 둘러싼 관계의 갈등이 깊어진다.

주인공은 서서히 갈등곡선에 완만한 곡선을 그려갈 것이며. 그것은 철없음과 이기적인 자아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주인공을 위해 엄마의 바쁜 시간을 나 중심으로 맞춰진 것을 알고
정작 자신은 엄마의 외로움에 둔감했으며, 엄마를 혼자로 내버려두고 자신만을 생각한 것을 반성했다.
이제 모든 것은 지난날이다.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는 엄마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모든것을 반성하기 위해 주인공의 자아가 성숙된 모습으로  제자리를 찾을 날의 기대가 싹트기 시작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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