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사회 - 공정이라는 허구를 깨는 9가지 질문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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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공정해야 한다는 신념이 현실에 부딪히면서 깨진지 오래였던 것 같다. 사회가 생긴 모양대로 나는 살아가게 되어있고 누구든 각자도생 말곤 답이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공정이라는 허구를 깨는 9가지 질문'이 무엇인지, 철학자로서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인문학에 걸 수 있는 일말의 희망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공정은 허구같지만 허구이지 않을 수 있는 길이 있는지 궁금했다.

 

내가 외면했던 사회적 이슈들, 현안에 대해서 파고드는 질문이 불편했다. 포기한 마음을 들추어야 했으니까 불편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떠올라 불편했다. 아홉가지 질문은 하나하나 무겁다.

 

합법적인 것은 반드시 정당한가?

능력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가?

뛰어난 사람은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가?

내 것은 정말 나의 것인가?

부는 집중되어야 생산적인가? 경쟁은 효과적인 분배방식인가?

연대는 언제 연고주의로 변질하는가? 정의는 이념 갈등에 중립적인가? 신뢰는 더는 사회적 덕성이 아닌가?

 

 

어렸을 때는 모두 쉽게 대답할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사회 구조속에 내가 들어오다보니 많은 게 흐려졌다. 합법적인 것이 정당성을 외면한채 진척되는 것을 보았고 능력있는 사람이 이끌어가는 불평등한 사회에 길들여졌으며, 한 명의 에이스와 뛰어난 사람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힘을 내어주는 것을 면면히 목격했다. 누군가는 그림자처럼 살아간다. 내 것은 정말 나의 것인지 묻기 전에 사람들은 흙수저 신분을 탈출하고 자기 것을 누리기 바쁘다. 오히려 과시하지 않는 부자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부는 집중되어야 생산적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믿고 있는 것 같다. 대기업의 빠른 성장과 신사업을 응원하는 개미가 된다. 경쟁은 이제 몸에 익어서 어떻게 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를 찾아본다.

 

 

입법과 감시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었으며 행정은 국민을 대신한 대의민주주의를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수행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물어야했다. 정치적인 의견을 표할 수 있는 길은 댓글과 투표밖에 없다고 생각들어서 수행자에 대한 한계는 꾸준히 비판적으로 바라봐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집단은 자신의 이익이 마치 국민 전체의 이익인 것처럼 위장하고, 다수를 얻은 집단은 자신의 의지를 일반 의지로 포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p.39

 

나는 다만, 사회에 공정이 무엇인지를 묻고 따질때 우리가 가진 프로세스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본질을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서 인용한 표현에서 지칭하는 '해당집단'이 '권력을 장악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대의민주주의를 수행하고 있는 집단'이라고 표현해야 시민/국민과의 관계가 올바르게 성립된다.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집단'이라는 표현은 표현 그 자체로 현실 권력을 만들어주는 프레임이며 이를 감시하는 시민/국민의 시선을 누락하고 그들의 투표권력이 후순위에 놓인 표현이라고 본다. '다수를 얻은 집단'은 또 누구인가? '다수를 대표한다고 하는 집단'일 것이다. 하지만 그 대표성이 올바르지 않은 지점이 드러날 때에야 우리는 그것을 지적할 수가 있는 것이다. 곳곳의 이러한 표현들로 인해 시민/국민은 눈뜬 장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로 불편함을 걷어내고 읽어나가는 데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 책이었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자리가 주어질지는 선거를 기점으로 판가름 나게 되겠고, 다만 시민/국민과 삼권분립 수행자 사이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역할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도 같다. 이렇게 활동했던 사람들을 '논객'으로 불렀던 것 같은데 지금 2030을 연결해주고 새로운 화두를 불러일으켜줄 오피니언 리더는 딱히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직접 면면히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성숙한 시민/국민의 자세겠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인물이 그 역할을 대신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포함한 지금의 2030은 촛불시위, 세월호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큰 사건을 너무 생생하게 접하면서 정치에 대한 촉각이 꽤나 곤두세워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피로도가 큰 것도 사실이었다. 시류에 영합하는 의견을 가지는 것이아니라 매일같이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이슈와 사건들 속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 현안에 대해서 물은 이 책은 하나의 레퍼런스가 될 것 같고 아직은 섣불리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 판단하기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그 길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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