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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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서양은 빵을 중심으로 하는 밀 농사, 동양은 밥을 중심으로 하는 쌀농사, 서양은 나 혼자만 잘해도 되는 개인주의, 동양은 협업을 해야 하는 집단주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동/서양은 생각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화 차이를 서로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으로 기억한다. 생각의 지도를 읽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회사는 미국계, 종업원은 한국인,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않지만 CEO의 생각을 알아야 회사 생활하는데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읽었는데,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니까 사고하는 게 수월해 줬다. 하지만 회사는 미국계인데, 연봉 방식은 연공서열이 존재하는 한국 방식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불만이 터져 나온다. 입사 초기에는 연배들이 비슷했고, 시간이 지나면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암묵적인 합의 및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불만은 있어도 유기적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같은 연배와 다른 세대가 입사를 하면서 객관적이지 못한 임금 체계 및 진급에 대한 불만이 많이 표출되고 있는 요즘이다. 기성세대는 양보만 했고, 이제는 내가 성과를 받아야 하는데 제도가 바뀌니까 불만이 많고, 젊은 세대는 공동으로 작업하는 부분보다는 개인적으로 일한 것을 고과에 많이 반영 하기를 기대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명확하게 답은 못하고 있었는데 쌀 재난 국가를 읽고 나서 약간의 답이 생기는 것 같다.

 

 

쌀 재난 국가 와 연공서열, 회사가 무슨 관계란 말인가? 인과 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는 단어인데, 요즘의 한국을 이해하려면 첫 번째 쌀부터 알아야 한다. 쌀은 단위 면적당 생산량과 인구 부양력이 다른 어떤 곡물보다 높다. 쌀은 비타민을 제외하고는 모든 영양분을 다 갖추고 있는 완전식품에 가깝다. 그렇기에 다른 작물보다는 쌀농사에 올인 한다. 심지어 벼농사를 짓기 어려운 산간 지방은 산비탈을 계간해서 농사를 짓고, 바다를 간척해서 벼농사를 하기까지 한다. 두 번째는 재난에 대한 설명이다. 벼농사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인데, 물이 공급이 안되는 가뭄이 들면 벼농사는 치명타를 입게 되고 기근과 질병이 혼합되어 국가를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간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통일신라, 조선시대 상황을 통계를 내서 보여 주는데, 가뭄과 기근이 들면 집권 세력의 통치 기간이 매우 짧았다. 세 번째는 재난에 대한 국가 및 통치자의 개입이다. 여기서 말하는 재난은 거의 가뭄에 의한 경우이다. 역설적으로 벼농사의 확대는 물을 필요로 하는데 가뭄이 들었을 때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가뭄에도 잘 자라는 밭작물의 재배 면적을 줄이고, 성공과 실패 사이의 간격이 큰 쌀에 올인 하다 보니 가뭄이 발생하면 기근이 발생하는 것이다. 벼농사 문화권의 통치자는 잦은 재해의 주기에 따라 농업 생산 시스템과 구휼 시스템을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바닥에 내쳐질 수 있는 불안한 통치 세력이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한반도의 통치자는 재난에서 자유로 원질 수가 없었다. 재난만 발생하면 어른들이 대통령을 잘 못 뽑아서 그런다는 말이 나온 게 이러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벼농사에 있어 물이 가장 중요하다. 물 관리를 위해서는 물 대기와 물 빼기가 중요한데 상당량의 인력이 투입된다.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공동 작업이 필요 한 것이다. 이 외에도 모내기, 김매기 작업들도 혼자 또는 한 가족이 하기에는 버거운 량이다. 그래서 두레나 품앗이 이용하여 공동 작업을 해야만 한다. 공동 작업이라는 것이 내 것은 열심히 하고 남의 농사는 대충해서는 안 된다. 공동노동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 아니다, 빠지거나 게을리하면 그에 상응하는 평가와 벌칙, 불이익과 같은 엄격한 규율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마을 공동체 일에도 소홀하지 않아야 하고, 내 농사의 수확도 다른 사람보다는 많아야 하는 협업의 공동체이면서 개인의 이익도 있어야 하는 구조이다. 벼농사 문화의 개인들은 집단 속에서 어떻게 처신하고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완수할지를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학습하였다. 서로 농사 지식을 공유하면서 표준화와 평준화가 이루어졌다. 산업 체제하에서도 자연스럽게 벼농사를 지으면서 공유했던 표준화와 평준화가 자연스럽게 기업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나이가 들수록 숙련의 수준이 높아질 거라는 가정과 입사 과정의 스크 러닝을 통과한 모든 직원이 동일한 성장 곡선을 가질 것이라는 가정은 평준화라는 체제를 탄생 시켰다. 기업의 성장이기에는 평준화, 표준화가 일사 천리로 자리를 잡았고, 늘 역보다는 나이 많은 선배에게 월급과 직급을 올려 주고, 다음은 내 차례라는 평준화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표준화는 모든 직원이 매뉴얼에 따라서 작업을 하다 보니 개인적인 성과를 중요시 하기 보다는 System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을 추구했다. 이러한 과정이 개인적으로는 군대 문화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쌀농사에 익숙해졌던 문화가 산업 시대에서도 발휘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긍하게 되었다.

 

 

벼농사 체제에서 비롯된 집단주의 문화를 몸에 새긴 세대와 세계화에 따른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으로 집단주의가 어느 정도 탈색된 세대 간의 서로의 기대가 다른 것이 산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대 간의 갈등의 주범이라는 저자의 논리에 의견을 같이 한다, 이런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연공서열을 깨 보자는 것인데, 가장 좋은 방법은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여 공연차 40,50대가 가져가는 임금을 줄여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신입 사원의 충원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 주장에는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공정성과 공평성, 합리성에 기반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다면 찬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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