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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의 거울 - 장애를 마주하며 사람을 다시 바라보다
김인규 지음 / 푸른칠판 / 2025년 11월
평점 :
김인규 작가의 <진우의 거울>을 읽었습니다. 김인규 작가는 발달장애 청년 진우의 아버지이며 오랜 세월 미술교사로 살았고 퇴직후 발달장애인들과 미술활동을 함께 하는 지역사회 미술 선생님입니다. <진우의 거울>은 저자가 아들 진우와 함께 살아오며 깨달은 삶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나는 사실 장애 부모의 책을 잘 못봅니다. 장애 부모의 책을 보면 너무 아프기 때문입니다. 겨우 아문 나의 상처가 다시 드러나는 듯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꾹 참고 읽었습니다. 선배교사이자 장애부모인 저자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앞부분의 내용은 역시나 너무 슬퍼서 눈물 범벅이 되며 읽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이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승표를 키우며 느꼈던 상념들이 저자의 언어로 표현되어 있어서 뭔가 나의 감정이 해소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우의 모습에서 어쩜 그렇게 승표의 모습이 보이는지 그것 또한 놀라웠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만의 세계에서 늘 행복한 진우의 모습이 우리 승표의 모습과 완전 똑같았거든요.
저자는 진우와 그의 친구들인 발달장애청년들을 보며 삶이란 무엇인지, 인간 존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비장애인들은 늘 남과 비교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쓰면서 평균치의 삶을 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진우는 매일 그 시간을 행복하게 지냅니다. 우리 승표도 그렇구요. 어찌보면 지금 현재에 충실하게 사는 그런 삶이 훨씬 더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진우도 승표도 평생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요. 내가 명상, 수행과 관련된 책들을 읽었을 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입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명상이고 수행이라고 말합니다. 그때 뇌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상태에 머물게 되어 진정한 휴식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진우와 승표의 삶이 바로 그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진우를 키우며 교사로서도 한층 성장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세상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어 살게 하라고 강요했던 것이 얼마나 비교육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 또한 우리 승표를 키우며, 신경다양성을 연구하며 인간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존재 자체로서 한 인간을 존중하는 것이 바로 인간존엄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우는 저자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준 천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가 퇴직후 발달장애 청년들과 함께 하며 작가로서의 꿈도 꼭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술작품활동도 책을 쓰는 자가로서의 활동도 왕성히 해나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