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사는 세계 - 부모의 품을 너머 공존의 세계로 나아가는 첫 걸음
류승연 지음 / 푸른숲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띠지에 있는 서평처럼 그야말로 "비장애인이 상상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의 성인기를 두텁게 묘사"한 책입니다. 나는 발달장애인의 성인기 삶이 늘 궁금했지만 그 삶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나 두려워 애써 외면하였고, 성인기에 대한 고민을 항상 미루려고만 했습니다. 하지만 류승연님은 용기있게 앞서 나갔습니다. 전직기자답게 샅샅이 취재하여 우리에게 그들의 현실과 미래를 솔직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었습니다. 나는 사실 처음엔 이 책을 읽을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슬프면 어쩌나 답이 없으면 어쩌나... 하지만 미리 결론부터 말하면 희망은 있다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장애인 종사자들과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큰 과제가 남아있지만요. 책을 연 처음부터 다 읽을 때까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지만 마지막에 작가님이 그려주신 희망의 미래를 읽으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작가님과 나도 한살 차이, 동환이와 승표도 한살차이입니다. 류승연님을 한번도 뵌적이 없지만 이분의 책과 칼럼들을 읽으며 비슷한 나이의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아픔에 공감하였고, 외상후 좌절이 아닌 성장의 길을 택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나는 공무원이라 8년 동안의 휴직기간이 있었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작가님은 기자라는 직업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작가님은 어느 사회부 기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이 사회에서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달장애 성인기의 삶을 직접 발로 뛰어가며 취재하고 진심어리고 간절한 긴 글로 세상에 알려주셨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자가 이렇게 깊이 있는 글을 쓸수 있겠습니까? 류승연 작가님이니까 동환이 엄마니까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지요. 이 글은 장애인 종사자들과 정책 개발자들에게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거라 생각합니다. 또 더 나아가 이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 귀한 책을 내 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작가님은 정말 맛깔나게 글을 잘 쓰십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다가도 스스로를 기꺼이 망가뜨리는 유머에 피식피식 웃게 되었습니다. 그야말고 울다 웃다 정신없이 폭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동환이의 4학년 담임선생님 이야기를 자세히 묘사해주셔서 교사로서 참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모두가 힘들어했던 아이를 까르르 웃게 만든 그 선생님은 큰 상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그리고 동환이 선생님은 아니지만 한국경진학교에서 학생참여수업을 하는 심승현 선생님도 너무나 존경스러웠습니다. 이분의 책도 사서 봐야겠어요. 교사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 글을 읽으며 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동환이 4학년 선생님과 같은 분이 더 많아지면 정말 좋겠습니다.

발달장애 성인기의 삶은 예상한대로 녹록치 않습니다. 나는 승표가 성인이 되었을 때 자립을 할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죽을 때까지 승표를 돌볼거란 생각만 막연히 했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상상해본 자립의 모습이라면 우리 승표도 내가 죽기 전에 자립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빨리 그런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또 마음이 급해지네요.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런 정책을 만들수 있게 삭발투쟁이라도 해야 하나요? 장애인 정책은 대부분 그 부모들의 피땀눈물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입니다.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 책이 초석이 되어 발달 장애인 자립을 위한 좋은 정책들이 나오고 장애인 종사자들이 좋은 대우를 받으며 발달 장애인들과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