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용산 평화 발자국 2
김성희 외 지음 / 보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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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국가에게 인간답게 살려는 소박한 꿈을 빼앗을 권리를 주었는가

최근에 "내가 살던 용산"이라는 제목의 만화책을 읽었습니다. 서울 용산의 철거민들과 다른 지역의 철거민들이 2009년 1월 20일에 불태워져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것이 경찰 특공대의 강경 진압 때문임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순식간에 뒤바뀌어 아버지를 잃은 아들에게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차가운 냉동고에 갇혀 있던 철거민들의 주검은 355일이 지나서야 장례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가족이 요구하는 진상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없었으며, 오히려 살던 곳에서 쫓겨난 사람들에게 죄를 묻고 있습니다. 

 서울지역의 300개가 넘는 재개발 지역에서는 용산과 비슷한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재개발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을 서울에서 쫓아내고 있지요. 일자리와 교육, 문화의 기회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점점 더 서울은 부유한 계급이 독점하는 계급적인 도시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역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소박한 꿈, 자신의 주거 공간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헌법적 권리를 부인하고 그것을 빼앗을 권리를 도대체 누가 국가에게 부여해 주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웃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집과 가게를 지키려고 싸우다가 살해당하는 것이 화려한 서울의 끔찍한 일상임을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래서 우리의 양심을 괴롭히고 우리와 다르지 않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서러운 삶과 죽음에 대한 공감으로 끝내 눈물짓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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