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토문학 동인 이규석 시인의 첫 시집

이규석 시인의 첫 시집 <하루살이의 노래>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민들의 실상과 시인 자신의 체험을 극대화한 아내의 한숨을 통해 드러나는 맞벌이 부부의 긴장된 삶,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의 한파에 시달리는 일상을 시인은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겨울나무의 차가운 바람, 메마른 사막 등의 자연물에 빗대어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시인 자신의 상실감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출구 없는 현실위에 날카롭게 서있는 동시대 사람들의 고통의 읍소이기도 하다.

 

자기 삶을 통해 동시대인의 고통을 드러내는 시 쓰기
시인은 자신의 삶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삶이란 현실에 예속될 수밖에 없고 그 굴레에서 보다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저마다 마음속에 칼날을 세우고 있다. ‘숱한 제품이 들락거리고/겨울 찬바람’을 맞는 삶을 살아보지 않고는 그 고통을 말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다. 그의 시에서 군데군데 묻어나는 체취는 춥고 배고픔과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반항적 뉘앙스가 풍기고 있다. ‘바람/그 소리만 들어도/춥다’라든지 ‘세찬 바람에/나뭇잎들을 다 떨어뜨린 나무’에서 보여주는 을씨년스런 분위기는 이 땅 서민들의 애환 그대로이다.

고통스런 현실에의 반항과 자연에의 귀의
그의 시는 자신의 고통이 연유한 현실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는 과정에 있다. 실제로 그는 「복사기」, 「실제상황입니다」 등의 시에 이르러서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따라 불안정한 신분으로 내쫓기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 한미 FTA의 영향으로 피폐해진 농촌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한편으로 이러한 반항의 정서 이면에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쉬고 싶은 자연과의 동화의 서정이 드러난다. 「늦가을에」에서 그는 이미 가을을 감지하고 언제나 포근한 ‘들판’이고 싶고 그 자연에 순응하는 섭리를 따르고 싶은 것이다. 계속되는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는 심한 피로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그는 ‘가을걷이 끝난/ 빈 들판의 기다림이면 좋겠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