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족주의와 홍콩 본토주의 - 홍콩 역사박물관의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아시아 총서 12
류영하 지음 / 산지니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민족주의와홍콩본토주의 #류영하 #무간도
_
무주지성 : 주인 없는 도시
_
'무간도'와 함께 홍콩 느와르는 최후를 맞이한다. 비에 쫄딱 젖어 앙상한 갈비뼈를 다 드러내놓곤 축 늘어진 절름발이 늙은 개마냥 불편한 걸음으로 영인은 가장 외롭고 비장하게 홍콩 느와르를 드높이고 완성시키는 동시에 수장해버린다. 홍콩 느와르는 무간도로 완성되며 동시에 죽는다.
_
무간도의 죽음은 단순히 홍콩 영화 시장의 몰락 만을 상징하고 있지 않다. 무간도 2편의 마지막 씬은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는 1997년의 그날을 배경으로 한다. '영국기'가 내려지고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자치국기'가 올라가면 한침은 눈물을 닦고 화려한 연회장으로 걸어들어가 홍콩 상류층들의 환대를 받는다. 한침은 이제 홍콩의 새로운 주인이다. 창백한 피부의 주인은 물러났지만 이것은 홍콩인 스스로가 얻은 승리가 아니며(설사 홍콩인의 쟁치더라도 승리라 부를 수 있을진 여전히 모호하지만) 그저 주인이 바뀐 것일 뿐이다. 여전히 홍콩은 홍콩이 아닌 다른 이들의 것이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없는 촘촘한 고통의 반복. 그 무간의 지옥 속에서 홍콩인들은 자신들의 정확한 이름조차 알 수 없다. 거울이 사라진 무간도 홍콩에선 경찰도 조직도 스스로의 얼굴을 볼 수 없다. 한 남자는 경찰의 옷을 입었지만 조직의 몸을 가졌고 다른 남자는 조직의 옷을 입고 있지만 경찰의 몸을 지녔다. 홍콩이란 세계에 그들의 진정한 얼굴을 아는 사람은 각각 한 명씩 뿐이었고 유일했던 증인들이 사라지고 제거되며 두 남자의 몸과 옷은 경계선이 사라졌다. 이젠 정체를 더욱 모르겠다. 과연 홍콩인은 누구인가?
_
중국에서도 남쪽 제일 끝에 위치한 광둥성은 역사 시대 죄인들의 유배지였다. 광둥은 중화의 중심 화베이와의 먼 거리+남쪽의 독자적 해양문화들과 끊임없는 교류라는 특성 탓에 역사 내내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해왔다. 홍콩은 그런 광둥성에서도 끝단에 위치한 섬이다.
_
제국주의 시대 청나라에 진출한 영국인들은 한번 맛 들린 차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미 대량의 은이 칭으로 흘러들어가 대중국 무역적자는 커져가는 상황이었기에 영국은 짱구를 굴려야 했다. 영국은 결국 이 엄청난 난관을 타계하는 방법에 마약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이에 칭 조정은 임칙서를 흠차대신으로 임명해 주제도 모르고 영국에게 선방을 가했다. 그렇게 2000년 동안 동아시아 초강대국의 명맥을 이어가던 중국 제국은 절단나게 된다.
_
1차 아편전쟁의 결과로 1842 톈진조약이 체결되며 영국은 홍콩을 식민화한다. 제국주의 시대 영국이 홍콩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수심이 깊어 선박의 접안이 용이하여 아편 밀무역의 중간 기착지로 최상의 조건을 지녔었기 때문이었다. 홍콩은 그때부터 영국의 땅으로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이식받는다. 그렇게 대륙 본토와는 전혀 다른 운명을 걷는 거울 없는 섬 홍콩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_
100년도 넘게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바탕에서 살아온 홍콩 시민들은 1997년 어느 날 덩샤오핑이 내건 '일국양제'라는 기치 아래 '중화인민공화국의 홍콩특별자치국'의 시민으로 다시 태어난다. 중국인? 홍콩인? 영국 홍콩인? 홍콩 중국인? 누구냐?
_
이건 단순히 #홍콩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제주의 이야기이며 신장의 이야기이며 티베트의 이야기이다. 어메리칸 인디언들의 이야기이며 세계 곳곳 소수 민족들의 이야기이고 박사모와 촛불에 대한 이야기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조각난 홍콩의 거울을 통해 우리는 이제 우리의 얼굴을 보게 된다.
_
#세계사 #지리 #시간여행자 #세계지리 #세계여행
#여행 #역사 #책추천 #중국 #일국양제 #무간도 #홍콩느와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