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시대가 가깝고 그 유적이 소상하여, 후인의 모범되기가 가장 좋은 이는 오직 이순신이라. 저술자의 용렬한 필력으로는 이공의 정신을 만분의 일이나 설명한다 하기 어려우나 한 많은 묵은 소설책에 비하면 나은 것이 있을지니, 슬프다, 독서하는 제군이여! 정신을 들여 이순신전을 볼지어다.
임진년 일을 어찌 차마 말할손가. 당파의 의론이 조야에* 치성하며, 상하 물론하고 사사 일에 골몰하여 남을 모함하던지, 남에게 아첨하는 데만 열이난 소인배들이 제 집안네끼리 싸워 날로 서로 살육하매, 어느 겨를에 정치를 의논하며, 어느 겨를에 국세를 염려하며, 어느 겨를에 외교를 강구하며, 어느 겨를에 군비(軍備)를 수습하리요?
정승이니, 판서니, 대장이니, 영장(營將)이니* 하는 이들이 불과 제 집안에 사사로이 싸움한 일로 각기 서로 눈을 흘기며, 미워하고 팔을 뽐내며 호령 하던 시대라. 이러므로 저 평수길(平秀吉)(도요토미 히데요시*)이란 자가 이름 없는 군사를 한 번 일으켜, 우리나라 지경을 침범하매, 장사(將士)가 흩어지고, 인민이 도망하여, 저희들이 출병한 지 불과 10여 일 간에 문득 경성을 핍박하여, 무인지경 같이 몰아 들어왔으니, 슬프다! 이런 화란(禍亂)이* 난 것을 또 뉘게 원망하리요?
비린 피는 팔도에 가득하고, 악한 기운은 동해에 덮여 7, 8년 동안에 병화가 끊이지 아니하니, 이렇게 부패한 정치와 이렇게 이산된* 인심에 무엇을 의뢰하여, 국기를 회복하였는가? 우리 이순신 공의 공로를 이에 알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