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책상 하나의 무게는 다 짊어지고 걸어가는 게 아닐까. 오늘 내가 뭔가에 짓눌린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결국은 내게 할당된 양이니 감당해야 한다고 말이죠. 빼면 다시 채우고 빼면 다시 채우기를 반복하는 저 늙은 선생도 있는데, 나라고 여기서 물러날쏘냐 싶었던 겁니다. 누구든 인생이 몇 조각으로 큼직하게 부서지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요. 통으로 붙어 있는 인생은 없다, 그건 어머니가 늘 하던 말이었습니다. 그 밤, 책 읽는 의자 위에서 기암을 목격했던 순간은 내 인생의 조각과 조각 사이에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나는 덕분에 날아올라 다음 조각으로 넘어갈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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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내가 말하고 있잖아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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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소년이 언어 교정원에 다니면서 일어나는 사건들
그 과정들을 담은 소설이다

엄마는 엄마데로
아들은 아들데로
삶의 고충을 안고 살아가는 시간들

교정원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내가 말하고 있잖아~~~

어느 새벽, 술 취한 엄마가 방에 들어와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또 눈물이 흘렀다. 나를 욕하는 건 견딜 수 있다. 누군지 모르는 아빠를 욕하는 것도 견딜 수 있다. 그런데 나를 낳아서 불행하다는 엄마를 엄마 스스로 욕하고 저주하는 건 못 견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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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살아온 인생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어떤 행로를 걸어왔든 종착역이 죽음이라는 것만큼은 모두가 같다. 다만 그 종착역에 닿는 모습은 또 각기 다르다. 마지막 순간이 되면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삶을 정리하고,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종착역에 당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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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그조차도 책상 정리를 하듯이, 집을 치우듯이 평소에 정리해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흔적들을, 나의 관계들을, 나의 많은 것들을 오늘 집을 나서면 다시는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살펴야 한다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여기고 지금의 내 흔적이 내 마지막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덜 어지르게 되고, 더 치우게 된다. 좋은 관계는 잘 가꾸게 되고 그렇지 못한 관계는 조금 더 정리하기가 쉬워진다. 홀가분하게, 덜 혼란스럽게 자주 돌아보고 자주 정리하게 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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