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요가 수업을 받다가 늘 해오던 아사나 동작이 점점 더 어려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몸의 균형을 잡는 일이 하나의 도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두 다리와 등은 예전보다 덜 유연했고, 태양을 향해 몇 차례 절을 하고 나면 금세 숨이 가빠졌다. 그 이후로 내내 시련은 계속되었다.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갈 때면 거의 매달리다시피 난간을 꽉 붙잡아야 했고, 지하철 안에서는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모욕을 받았다고 여겨야 하는 건지 몰라 나는 주춤거렸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안과 의사는 나에게 백내장 수술 진단을 내렸다.

‘백내장이라니! 완전히 노인 질환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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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해서 꾸준한 게 아니라 흔들리지 않아서 꾸준할 수 있다. 무언가를 남겨야 해서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에 열심히 산다. 그렇기에 꾸준함이란 미련함이 아닌 단단함이다. 요란한 세상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내 삶을 사는 튼튼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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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 수만 있다면 내 자식에게 더 많은 부와 더 많은 자산, 더 많은 욕심을 물려주기에 앞서 ‘적당한 무지’를 물려주고 싶다. 인생을 딱 절반만 알아서, 인간을 너무 많이 미워하지도 세상에 대한 환멸을 너무 많이 느끼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몰라도 되는 것은 모를 수 있는 적당한 안온함을 물려주고 싶다.

똑똑한 우울증보단 차라리 행복한 바보로 살았으면 좋겠다.
당신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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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웃음이 행복이, 모래 위 글씨처럼 인생이란 파도에 쓸려가기 전에 습관을 만들고 몸에 배게 해야 한다. 화밖에 남지 않은 얼굴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지는 않다. 끝까지 삶에 웃어 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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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너 늙으면 젤루 억울한 게 뭔지 아냐?" 나는 할머니를 동그랗게 쳐다봤다.

"주름? 아냐. 돈? 그거 좋지. 근데 그것도 아냐. 할미가 젤루 억울한 건 나는 언제 한번 놀아보나 그것만 보고 살았는데, 지랄. 이제 좀 놀아볼라치니 다 늙어버렸다. 야야, 나는 마지막에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인 줄 알았다.

근데 자주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이었어.

그러니까 인생 너무 아끼고 살진 말어. 꽃놀이도 꼬박꼬박 댕기고. 이제 보니 웃음이란 것은 미루면 돈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더 사라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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