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테사."
그러자 그가 경탄하는 표정으로 영화 속 중세 귀족처럼 한쪽 무릎을 굽히며 정중히 두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그의 어깨 너머로 노난이 씨익 웃는 것을 보았다.
시인이 뭐라고 이런 근사한 인사를 받으며, 낯선 이에게 부럽다는 소리까지 듣는 걸까. 물론 마음 한구석에 도도한 시인의 혼이 있어서 시가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위대함의 부스러기라도 감당하기에 내가 너무 시시한 존재인 것만 같다. 시인이라는 칭호가 머쓱할 정도로.
하지만 적어도 내 ‘시인됨’을 자랑스러워하고 어딜 가나 "내 친구는 시인!"이라고 말해주는 벗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떳떳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