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테사."

그러자 그가 경탄하는 표정으로 영화 속 중세 귀족처럼 한쪽 무릎을 굽히며 정중히 두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그의 어깨 너머로 노난이 씨익 웃는 것을 보았다.
시인이 뭐라고 이런 근사한 인사를 받으며, 낯선 이에게 부럽다는 소리까지 듣는 걸까. 물론 마음 한구석에 도도한 시인의 혼이 있어서 시가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위대함의 부스러기라도 감당하기에 내가 너무 시시한 존재인 것만 같다. 시인이라는 칭호가 머쓱할 정도로.
하지만 적어도 내 ‘시인됨’을 자랑스러워하고 어딜 가나 "내 친구는 시인!"이라고 말해주는 벗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떳떳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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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연수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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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연수
2.펀펀 페스티벌
3.공모
4.라이디크루
5.동계올림픽
6.미라와 라라

6편의 단편소설
우리 이웃에 살고 있을듯한 소설속의 인물들
너무 재미있어서 아껴아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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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됐다.’ 나의 육신이 이미 다 된 것 같았다. 낡은 집에 고인 녹물처럼 이 몸에는 기름때로 눅진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낡은 가구가 삐거덕거리듯 마디마디 허술해지는 중이었다. 낡은 스웨터의 보풀처럼 크고 작은 멍울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몸은 더 이상 최신품이 아니었다. 수십 년을 되는 대로 굴린 끝에 중고장터 식으로 말하면 "생활 기스가 있고 사용감이 있습니다" "새 상품 퀄리티가 아닙니다. 예민한 분들은 피해주세요"로 묘사되는 몸이 되었다. 한때는 갓 놀이공원에서 사 온 풍선같이 팽팽하고 가볍게 떠다녔는데 이제는 쭈글쭈글 주름이 잡히고 묵직해져서 바닥에 내려앉은 다음 날의 풍선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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