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됐다.’ 나의 육신이 이미 다 된 것 같았다. 낡은 집에 고인 녹물처럼 이 몸에는 기름때로 눅진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낡은 가구가 삐거덕거리듯 마디마디 허술해지는 중이었다. 낡은 스웨터의 보풀처럼 크고 작은 멍울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몸은 더 이상 최신품이 아니었다. 수십 년을 되는 대로 굴린 끝에 중고장터 식으로 말하면 "생활 기스가 있고 사용감이 있습니다" "새 상품 퀄리티가 아닙니다. 예민한 분들은 피해주세요"로 묘사되는 몸이 되었다. 한때는 갓 놀이공원에서 사 온 풍선같이 팽팽하고 가볍게 떠다녔는데 이제는 쭈글쭈글 주름이 잡히고 묵직해져서 바닥에 내려앉은 다음 날의 풍선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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