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책과 멀어진다는 일반적인 속설을 나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허망한 이야기로 들린다. 이렇게 강하게 반박하는 이유는 으레 그렇다는 말투나 습관적인 반응이 싫어서다.
나이 80에 접어들면서 책을 20여 분 이상 들여다보면 눈앞에 살짝 안개가 낀다. 시야가 어슴푸레해져 답답하기도 하다. 그래도 그 책 속에서 발견한 한 문장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 때 안개가 사라진다. 마음의 기쁨이 육체적인 변화를 압도하는 경우가 독서의 경지에서 나타난다고 나는 믿는다.
중노년의 안과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환자에게 책을 멀리하라고 권하는 말을 나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틈틈이 독서하면서 정신적 여유를 관리하는 것이 노년의 고독을 치유하는 첫 번째 길이다. 독서도 요령을 알아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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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영은 봄날 글월의 아침을 사진으로 담았다. 전면의 창을 향해 한 번, 측면의 창을 향해 한 번. 초봄의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면 햇살에도 향이 느껴졌다. 잘 말린 이불에서 나는 보드라운 향, 곱게 빗은 어린아이의 정수리에서 나는 향, 새싹이 돋기 시작하는 보들보들한 흙에서 나는 향. 달콤하거나 상큼하거나 아무튼 그런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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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립생활을 하면서 자유와 고요를 만끽할 수 있는 여유를 즐겨왔다. 무기력한 노인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던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내 시간을 소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혼자 사는 삶의 자유를 과소평가하거나 우습게까지 여기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인생의 마지막 날까지 혼자 사는 것도 나쁠 게 없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질병의 파편들이 내 육신과 영혼을 파괴한다 하더라도 나는 크게 저항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편안한 마지막 삶을 위해 소중한 내 시간을 쌓아가고 허물기를 거듭하다가 저 멀리서 스멀스멀 다가오는 운명의 신에 내 몸을 맡기는 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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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가 매우 현실적인 언어로 등장하는 시대가 됐다. 한두 해 전까지만 해도 외롭고 불쌍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 사회나 주변 사람들이 고독사라는 딱지를 붙였다. 하지만 1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특히 나처럼 독거노인 비중이 커지면서 아무도 모르게 홀로 세상을 떠나는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내가 예외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달리 실제 현실은 더욱 각박하다. 뜻밖의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이성적으로는 고독사가 다른 세계의 현상이지만 현실은 그것이 우리 옆에 있다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고독사의 그림자가 내 곁으로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도 없다. 나는 기꺼이 내 운명을 자연에 맡길 준비를 해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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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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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찰구 안 열려 확인하니 진찰권

비밀번호 카드가 많아져 뒷면에 적는다

일어섰는데 용건을 까먹어 우두커니 그 자리에

손을 잡는다 옛날에는 데이트 지금은 부축

‘젊어 보이세요‘ 그 한 마디에 모자 벗을 기회를 놓쳤다


시니어들의 삶을 어떻게 글로 표현 했을까?
나세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었다
짧은 글 큰 글씨를 읽으면서 손뼉치면서 한 바탕 웃는다

언젠가는 나의삶에도 자리 잡을것들
미리 생각해보고
미리 느껴보고
미리 공감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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