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의 행복을 느낄 때쯤이면 생을 끝냈다. 아직은 행복할 수 없었다. 시공간을 넘나들어서라도 온 세상을 뒤져 사랑하는 이들을 찾으면 모든 괴로움을 끝내고 그들과 함께 행복하고 싶었다. 그 마음 하나로 살았다. 외로움이 외로움인지도 모를 만큼 익숙한 쓸쓸함으로 살아왔다. 아니, 익숙하다고 믿었다. 어쩌면 외로움이나 고독이 밀려와도 당연히 받아야 할 형벌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랑하는 이들을 찾지 못할 줄은 몰랐다. 산다는 일 자체가 농담 같다. 인생은 풀리지 않는 의문투성이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자신에 대한 마법을 풀고 죽기로 결심한 뒤로, 전보다 자주 웃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밥을 먹었고, 바람의 숨결과 냄새를 느끼며 살았다.
살아보니 욕심이 생겼다. 간사한 마음이다.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영원을 꿈꾸었다.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