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불 위에 올려 둔 냄비에 된장을 한 숟가락 풀면서 할머니는 중얼거렸다. 나를 달래려는 말도 아니었고 가르치려는 말도 아니었다. 기도와 같은 말이었다.
나는 내 시간을 사는데 거기 누가 들어오는 거야. 그런다고 내 시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해가 뜨고 진다고 시간이 가는 거겠나. 내가 알고 살아야 그게 시간이지. 네가 지금 부모를 원망할 수는 있어. 원망하는 그 시간은 어디 안 가고 다 네 거야. 그런 걸 많이 품고 살수록 병이 든다. 병이 별 게 아니야. 걸신처럼 시간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게 다 병이지.
그때 나는 싱크대에 기대앉아 마늘을 까면서 할머니의 말을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할머니가 또 잔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잔소리라고 생각했던 할머니의 어떤 말들은 내 몸에 체취처럼 스며들어 지울 수 없는 일부로 남아 버렸다. 시간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게 다 병이라면 나는 지금 병이 든 상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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