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에 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흘 내 빈소를 지키다 병원에 상복을 반납하며 서글픔과 후련함을 함께 느꼈다. 하지만 그런 스스로가 부끄럽지는 않았다. 나는 할 만큼 했다는 마음, 세상 누구도 내게 손가락질할 자격이 없다는 반발심이 들었다. 동시에 누군가 내 손을 잡고 무언가 의미 있고 따뜻한 말을 해주길 바랐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를 간병하는 동안 나 역시 인간관계며 경조사를 거의 챙기지 못한 탓이었다. 다만 지금도 기억나는 건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보낸 화환이었다. 플라스틱 꽃바구니 아래 길게 늘어진 흰 띠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말 외에 어떤 정보도 적혀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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